부장이란 사람이 아주 신실한(?) 전도사님이었지. 사이비는 아니었음.

신입일 때는, 아무것도 몰랐다만 첫 대면 인터뷰 할 때부터 뭔가 이상했어.

처음부터 존대어만 써가며 조곤조곤 부드럽게 이야기 하는데, 거절을 못하게

만드는 묘한 분위기랄까..?

집은 어디에 살고있냐? 혹시 종교가 뭐냐? 주말에는 보통 뭐하냐? 라든가...

그땐 그저 개인신상 파악인 줄 알았다만, 그게 다 계산된 노림수였던게지.

적당한 타겟이 되자, 어느 순간 나한테 슬그머니 숙제라고 하면서 

뭔가 부록책 같은 걸 던져줬다. 바로 성경퀴즈... 직장생활에 동기부여도 되고

인생에 좋은 말이 많이~ 적혀있는 거라고 자기가 매주 월요일 아침에 확인 할테니, 

점심시간에 틈틈이 풀어오라고 함. 근데 그걸 성실히 푸는 놈이 어디있냐?

쌓이고 쌓이다가 결국 주말에는 어쩔 수 없이 해야했음. 

부장이 평상시 일처리 가지고는 전혀 안 혼냈는데, 성경퀴즈.. 그걸 안하면 폭발했거든.

수요일 저녁이면 남들 야근할 때, 부장은 일찌감치 퇴근 했는데, 

가끔은 나도 교회에 끌려가기도 했다. 그 특유의 거절하지 못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었거든.

차라리 야근이 낫겠다 싶어 업무 핑계를 댔다만, 기가 막히게도 동료들이 먼저 대신해주겠다 하더라.

결국은 내가 희생물이었던게지... ㅅㅂ

그런 식으로 교회에서 가족같은 분위기를 만들어가더니, 이젠 주말까지 

나오게 가스라이팅을 하더라.

그 때 존나게 회개했다. "내가 왜 이런 좃소를 가서... ㅠ.ㅠ" 

그리고 얼마안가 퇴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