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의 시대는 가고 있는가

- 영국과 프랑스의 선거결과

최근 영국에서 치뤄진 의회 선거에서 보수당은 14년만에 노동당에 다수당의 자리를 내어 주고 정권은 바뀌게 되었다. 진보주의와 낙관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쇠퇴하고 있는 사이에 노동당 정권을 무너뜨리고 2010년 정권을 잡은 보수당은 이번엔 유럽을 휘감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정권을 내 주게 되었다.

이어 치뤄진 프랑스 선거에서는 1차 투표에서 대승을 거둔 국민연합은 2차 투표에서 좌파정당의 단합으로 원내 3당으로 내려 앉았다. 전통적으로 좌파의 영향이 강한 프랑스마저 극우주의에 잠식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유권자들은 우파들에게 더이상의 기회를 허락하진 않았다.

이외에도 이란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의 기존 인식을 무너뜨리고 의외로 개혁파인 페제시키안이 당선되어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일련의 세계적 흐름을 볼 때, 유권자들은 극우주의의 한계를 인식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20여년 전 진보주의자들이 보여주는 무기력함에 낙담한 유권자들은 통합보다는 각자도생의 길을 선택했다. 진보주의가 내세우는 장미빛 미래는 개인과 로컬의 삶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단적인 각자도생, 즉, 홉스가 얘기하는 것처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가 되면, 그 끝은 결국 '너 죽고, 나 죽자'는 '전쟁' 밖에는 없다. 그리고 그 일은 실제로 일어났다. 거의 종신집권의 철권통치를 하고 있는 러시아의 푸틴은 상대적으로 약소국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해서 양쪽 젊은이들의 생명을 갈아 넣고 있고, 이 와중에 극우주의 이스라엘은 또다른 극우주의자들인 하마스 및 이슬람 각국과 전쟁을 하는 중이다. 푸틴은 공공연히 핵을 운운하고 있고, 이스라엘도 핵보유국인 이상 전세에 따라 어떤 입장을 취할 지 알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다수의 언론들은 이번 영국, 프랑스의 선거 결과를 우향하는 세계 정치사에서 일시적으로 일어난 깜짝쇼 정도로 생각하는 듯 하고, 좌/우의 관점보다는 자국의 경제사정이 선거를 좌우했다고 분석하는 듯 한데, 실은 그런 경제위기는 없는 적이 없다는 걸 생각해 보면, 그리 설득력 있는 분석은 아니다.

중요한 건 유권자들이 그 경제위기의 원인을 어디에서 찾느냐에 있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드리워진 경제적 위기는 무엇보다도 자국 우선주의의 결과인 것은 명확하다. 러시아는 전쟁을 통해 천연가스와 곡물가격을 들쑤셔놨고, 이 와중에 사우디는 빈 살만의 극단적인 감산 정책으로 원유 가격을 흔들고 있다(자국의 무기로 사용하려는 의도를 명백히 드러내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스라엘에서 촉발된 중동의 전쟁 위기도 세계 경제에 좋을 건 하나도 없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서서히 극우주의나 지역주의, 혹은 자국 이기주의같은 것들의 결과가 무엇인지 깨달아 가고 있는 중이다. 하염없이 퍼주는 좌파의 정책도 문제지만, 하염없이 챙기는 우파의 정책도 결과적으로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진리다. 우리는 잉여 산물은 외부로 방출하고, 생존에 필수적인 자원은 극단적으로 사수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전체없는 개인도 없고, 개인없는 전체도 없다. 인류는 좌우 정권을 오가며, 그 중용을 찾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선거가 코 앞이다. 바이든의 고령 문제가 대두되고는 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반트럼프' 민심이 뭉치고 있고, 상대적으로 젊은 여성 부통령이 건재하는 이상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영국, 프랑스, 이란의 민심이 세계사적 흐름이 맞다면, 트럼프에게는 그리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https://oldpens.co.kr/main/script.html?id=68a5e819-3d12-11ef-b748-0242ac110004

올드펜스 - 보상형 글쓰기 플랫폼

AI시대, 다시 글쓰기로. 글쓰기가 스스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갑니다.

oldpen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