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 선수의 계약을 관리하는 ‘에이전트(Agent)’가 변호사의 새로운 진출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각종 사건·사고에 휘말리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연봉도 크게 상승하면서, 연봉 계약뿐 아니라 ‘법적 리스크 관리’까지 두루 가 능 한 변호사 에이전트의 수요도 커지고 있다. 프로야구뿐 아니라 e-스포츠, 예술 등 프리랜서 시장의 성장으로 향후 변호사들의 역할도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에 먼저 진출한 변호사들은 담당 종목의 깊은 이해도가 성공의 필수 조건이라고 조언했다.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가 제공한 KBO리그 에이전트 직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체 82명 중 법률계통 종사자는 26명(31.7%)이었다. 국내 프로야구 공인 선수대리인(에이전트) 10명 중 3명은 변호사, 법무사 등 ‘법률 전문가’인 것이다. 스포츠업계 종사자(46.3%) 다음으로 높은 수치였다. 스포츠 에이전시를 운영하거나 소속된 변호사들이 스포츠업계 종사자로 신고하는 경우도 있어 법률 전문가 에이전트의 실제 비율은 더욱 높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축구의 경우 에이전트 통계가 없지만 개별적으로 에이전트로 활동하 는 변호사가 계속 늘고 있다는 분석 이다.업계에서는 변호사 에이전트의 가장 큰 경쟁력을 ‘종합 관리’로 꼽고 있다. 일반적인 에이전트는 연봉 협상에만 관여하지만, 변호사 에이전트는 리스크 관리와 법적 자문을 동시에 제공해 경쟁력이 높다는 것이다. 올해 KBO 프로야구 선수 평균 연봉이 1억5495만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선수들의 ‘몸값’이 높아지는 것도 변호사 에이전트에게는 호재다. 수수료가 늘어나는 건 물론, 연봉이 높아지면서 계약 내용이 복잡해지고, 각종 위기에 감당해야 할 리스크도 커져 이를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는 변호사 에이전트의 경쟁력이 커지기 때문이다.프로야구 에이전트로 활동하고 있는 김준태(38·변호사시험 7회) 법무법인 JP 변호사는 “최근 SNS 등을 통한 선수 개인에 대한 악성루머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언론·구단·협회 등을 상대로 한 각종 분쟁이 선수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변호사가 선수 생활 전반에 대한 위기 관리를 직접 맡음으로써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 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연봉 조정에서도 변호사 에이전트들은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선수의 연봉 조정 신청을 받아들인 경우는 2002년 LG 류지현 선수, 2021년 KT 주권 선수 뿐이다. 이 가운데 주권 선수의 연봉조정신청을 담당한 에이전트는 MVP스포츠의 대표이사이자 법무법인 가온의 강우준(46·사법연수원 35기) 변호사였다. 해외에서는 연봉조정 전문변호사의 활약이 일반적이다. 2021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최지만 선수의 에이전시 GSM은 외부에서 연봉조정전문 변호사를 영입해 연봉조정에서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현재 에이전트로 활동하고 있는 변호사들은 법적 지식만으로는 업계에서 성공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법률서비스 제공은 물론, 해당 종목에 몰입하고, 선수나 구단과의 유대관계를 쌓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KBO 공인에이전트로 활동하다 현재는 LCK(게임 리그오브레전드 국내 리그) 공인에이전트로 일하는 한민희(41·44기) 원앤파트너스 변호사는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는 게 우선”이라며 “전문가 수준의 업계 전문 지식이 있어야 협상에 유리하고 소통도 원활하다”고 말했다. 최근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 제시 린가드의 FC 서울 입단 계약을 담당한 손수호(46·1회) 법무법인 지혁 변호사는 “스포츠 구단, 선수, 지도자 등과 가깝게 지내며 많은 일을 하고 좋은 성과를 내면 자연스럽게 스포츠 분야에서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며 “스포츠 에이전트가 되려는 목표와 실제 활동할 때 겪는 어려움도 감안하고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안현 기자 hyun@lawtimes.co.kr조한주 기자   aweek@la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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