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 선수가 이 글을 볼 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당신을 그리핀 시절부터 응원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당신 개인을 응원했다기보단, 그 때의 그리핀과 거기서 이어졌던 DRX를 응원했습니다.

저는 소드 선수와 씨맥의 게임 외적 다툼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씨맥은 선수의 미래를 먼저 보려던 사람이고, 소드는 그에 맞지 않는 선수였습니다.

때려보고, 실수해보고, 그렇게 깎여나가서 결국 잘하는 선수가 씨맥이 원하는 선수였고 당신은 그에 부합했습니다.

일개 팬인 나도 같은 각도에서 당신의 미래가 멋질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이후로 당신은 그리핀 당시 소드보다 모자랐음에도 발탁되었고, 이후로 많은 기회를 부여받았습니다.

상대적으로 좋은 팀에 계속 들어갈 수 있었고 쵸비 선수와 오래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KT에 가서도 유리한 밴픽과 역할을 배정받았고, 계속해서 좋은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당신에게 독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이상하리만치 기인 선수에게 경쟁심을 가지고 기인이 인상적인 활약을 하면 같은 챔 혹은 비슷한 구도를 해서 스팟라이트를 받고자 했습니다.

승부욕은 좋은 것이지만 승부욕은 건강한 승부욕이어야 합니다.

먼저 팀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인가, 이기는 방향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 내가 이 행동을 하면 책임을 질 수 있을 것인가.

당신은 그것에 앞서서 아주 좁은 의미의, 아주 한정된 각도의 장면에서 당신이 일견 '좋아 보이는' 모습을 보이는 데에만 주력했습니다.

90%의 팬은 모르고 실제로 게임을 열심히 하는 10%의 팬만 보이는 '진짜 좋은 모습'을 배제하고

90%의 팬에게 어필하고 그 여론에 힘입어 당신의 영달을 꿈꾸는 '범인이 되지 않는 모습' '졌잘싸로 보이는 모습' '실드를 받기 좋은 모습'에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의 당신입니다.

저는 더 이상 당신의 팬이 아닙니다.

내가 당신을 응원하기 시작했을 때의 당신은 좋은 성향과 가능성을 가진 원석이었습니다.

세공하기에 따라 참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었을 겁니다. 그 모습을 씨맥 감독이 원했고 저같은 팬들이 바랬죠.

그러나 '도란의 경험치통'이라 불리는 그 긴 시간동안 당신은 단 한 번도 좋은 쪽으로 스스로를 세공하지 않았습니다.

이기적이었고 미숙했으며 시각이 짧았습니다.

강한 승부욕이라는 베이스 위에, 승리를 위해 팀이 쌓아올려야 하는 이타적이고 협동적인 모습에서 현명한 길을 택해가는 플레이어로 깎이길 바랬으나

강한 승부욕이라는 베이스 위에, 당신은 그 승부욕을 당신이 포장받고 인정받기 위한 도구로만 깎아나갔습니다.

그리고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당신은 더 이상 가능성이 없습니다.

원석을 꽃으로 세공해내는 것은 시간문제이지만,

이미 똥으로 세공된 돌을 다시 꽃으로 깎아낼 순 없습니다. 깎아내더라도 아주 작은 꽃이 되겠죠.

저는 당신에게서 더는 응원할 여지를 찾지 못합니다.

이제는 그냥 깎여온 대로 하시기 바랍니다.

욕심 많고 이기적이며, 팀이 벌어온 자원을 당신의 욕심으로 도박하고, 책임은 지지 않지만 일은 마음껏 벌리는 그런 선수로 그냥 가시는게 낫습니다.

이제와서 좋은 선수가 되려고 팀과 함께 이겨나가는 길을 찾아내기엔 이미 너무 늦었습니다. 이도저도 아니게 되겠죠.

팬은 당신의 어머니가 아닙니다.

당신에게서 더 이상 가능성을 찾지 못하는 지금, 저는 당신을 응원해온 시간을 지웁니다.

그동안 고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