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이 넘어 온 대학에서 이제 마지막 방학이 왔다. 아직 졸업하기까지 1년 반이 더 남았지만 나머지 시간은 1년 내내 실습하느라 똥이 빠지겠지.

오기전까지 방학 시간에 글을 쓸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하지도 못했다. 아마 내 생은 이렇게 끝이 나겠지.

글은 잃어버렸다. 남아있는게 없다.

텅텅 빈 머리로 매일 있는 시험에 전공책을 보다 뒤를 보니 애인이 여물을 문 소처럼 누워있었다. 저런 큰 소랑 사귀려고 그 힘든 연애를 했었나보다.

내가 좋아했던 아이는 애인이 생겼다. 고백하지도 못했다. 사생아같은 감정이었지. 좋겠다. 남자들은. 고백이라도 할 수 있어. 내가 남자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무리봐도 네가 사귀는 그 사람보다 내가 나은 거 같은데.

꿈에서 몇 번이나 고백했고, 그때마다 너는 경멸에 찬 눈으로 나를 봤다. 왜 그런 눈으로 나를 봤을까. 내가 고백했던 사람들 중에 저런 눈을 한 사람은 없었는데 난 무엇이 그리 무서웠을가.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과거 나와 정말 친해지면 결국 이상한 썸이 되고 마지막은 끝이 좋지 않았다. 바라는 게 다르니까 당연한 결과였다.

나는 더이상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정말 이를 악물고 참았다. 같은 건물에 어쩌다가 마주치면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결국 나는 그 아이와 친한 친구가 되었다. 시험이 끝나고 나서 수고했다고, 자기 애인이 스페인 가서 심심하다며 내게 말을 걸어주는 아이를 보고 가끔 고백하지 않아서 다행이야라고 생각한다.

애인은 걔는 자기에게 필요악 같다며 투덜거렸다.  

큰 소는 나를 차지하고 의기양양해지고

우리집 고양이는 내가 방학이라 좋아하고,

나는 텅 빈 머리로 티비를 본다.

달라질 거 같지 않아... 근데 이젠 뛸 힘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