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어김없이 이 시간대면 날마다 그녀는 나를 찾아온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의 몸으로 날 등지고 서서 거울을 보다 이내 자신의 몸을 적신다. 그리고는 그 뜨겁고 축축한 손을 뻗어 나를 잡았다. 그녀는 좋은 냄새가 나는 액체로 나를 적시었고, 그 액체로 흠뻑 젖은 나를 부드럽게 문질렀다. 그럼 나는 나도 모르게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에 대응하듯 온 몸에서 하얗고 부드러운 액체를 뿜어내었다.
나의 몸이 그 하얗고 부드러운 액체로 뒤덮일 때 쯤, 그녀는 자신의 뜨겁고 축축한 몸과 나의 몸을 맞대었다. 나는 그녀의 목부터 천천히 그리고 꼼꼼하게 그녀의 온 몸을 부드럽게 문질렀다. 그녀의 하얗고 보드라운 목덜미와, 마치 우물처럼 예쁘게 폭 패인 쇄골, 그리고 봉긋한 그녀의 가슴…그녀의 몸에 내가 닿지 않는곳이 없도록, 그렇게 꼼꼼히 그녀를 부비고 어루만지어준다. 늘 변하지 않는 한결같은 순서로.
그녀의 온 몸과 나의 몸을 꼼꼼히 부빈 후에 마지막으로 그녀는 손에 나의 몸에서 나온 것을 잔뜩 뭍히곤 나를 자신의 소중한 부위에 조심스레 가져다 대었다. 그녀는 아무 소리도, 아무 내색도 않았지만 이따금씩 몸을 움찔거리곤 하였다. 그녀는 나를 자신의 그곳에 대고 문지르고 난 후면, 늘 함께 따뜻한 물로 몸을 씻어내리곤 했다. 그녀와 나의 공간엔 물이 쏟아지는 소리와 그 물이 쏟아져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울려퍼졌고, 그 공간안에 가득 찬 수증기 탓에 그녀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물소리가 십분이 조금 넘게 이어졌고, 어느 순간 뚝 끊겼다. 그럼 그녀는, 수건 한 장을 꺼내 자신의 몸에 가득한 물기를 훔쳐내고 그 공간을 벗어났다. 그리고 붉으스름한 빛으로 나와 그녀를 밝혀주던 공간은 한순간 어둠으로 가득 휩싸인다.
온 몸이 추워지고, 축축한 몸이 말라가는 느낌이 든다. 난 이제 그녀가 다시 나를 찾을 때 까지, 그녀가 자신의 몸과 나의 몸을 적실 때 까지 나는 이 어둠속에서 그녀를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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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된 일인지, 몇시간 지나지 않아 그녀가 나와 그녀의 공간에 들어왔다. 그녀의 표정은 평소와는 다르게 들뜨고 설레어보였다. 아직 축축하게 물기가 어려있는 나를 잡고 그녀는 다시 나의 몸에 향기로운 액체를 잔뜩 뭍혔다. 그리고 나를 문질렀다. 그때, 나에게 향했던 그녀의 시선이 갑작스레 다른곳에 꽂히었다. 나도 그녀의 시선을 따라 눈을 돌렸고, 그 곳엔 처음보는, 나의 그녀와 같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의 남자가 서 있었다.
그녀는 그 남자를 보며 수줍게 웃어보였다. 그 남자도 그녀를 보며 웃었다. 그녀는 나를 보며 웃어준적이 없었기에, 처음보는 그녀의 표정이 신기했다. 그 남자는 그녀의 어깨를 어루만졌다. 그리고 얼굴을 쓰다듬었고, 그녀와 입을 맞추었다. 그녀는 나를 세면대 위에 내려놓았고, 나는 차가운 세면대 위에서 그 둘을 보았다. 그 남자는 그녀의 등부터 타고 내려가 그녀의 봉긋한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그녀와 나의 공간엔, 그녀와 그 남자의 숨소리가 가득 울렸다. 그녀가 물기 가득한 바닥을 걸을 때 마냥 질척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녀의 몸은, 나만이 쓰다듬을 수 있고, 나만이 어루만져 줄 수 있는줄 알았다. 그녀와 나의 이 공간에, 나와 그녀만이 존재할수 있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지금 그녀와 그가 거친 숨을 내뱉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나는 확실히 알수 있었다. 난 그저,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그런 샤워볼일 뿐 이라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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