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서는 느낌만

그리고, 그냥 사진 같은 한 풍경만 떠오르는 꿈인데.



초 3때, 꿈꾸면서 울어봄.

사실 중 2때였던 것도 같지만.


암튼 확실하게 기억하는 건 그 한 장면과 앞뒤 짧은 내용인데

백합이랑 기타 등등의 허이연 꽃들이 지평선 끝과 끝까지 만발한 그런 평야를 내내 걸어가다가

그 중간에, 낡았지만 뭔가 그리움을 자아내는 그런 세피아 느낌의 구멍가게인지 주유소인지 같은 데 들러서 떡꼬치를 삼. 사람은 없어서 돈만 두고 나옴.

(가게인지 주요소인지 긴가민가 한 게 아니라 그냥 꿈속 모양이 그랬음. 주유기는 있었지만 두 대 뿐이었고. 8-90년대 전형적인 그런 구멍가게. 빙수 팝니다. 걸려 있구ㅇㅇ)

그리고 또 막 마냥 걸어가는데

슬슬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불안해졌고

그래서 주위를 둘러보는 찰나, 지나올 땐 보지 못했는데 등 뒤쪽 지평선 멀리에 하얀 드레스를 입은 성인 여성이 보임

뒤돌아 서있었지


사람이란 사실에 너무 반가와서 다시 돌아가는데

암만 가도 따라잡을 수가 없어

근데 자세히 보니까 그 여자는 그냥 서있었거든

근데도 도저히 거리가 좁혀지질 않았는데


또 어느 순간 코앞까지 따라와 버렸더라

되게 아름다운 여성이었음. 순수하고 청아하고 성숙하고

아침 이슬 같고, 푸른 여명 같은



내가 뒤에서 소매를 잡아 끄니까

그 여자가 되게 뭐 마치 미안하다는 듯도 하고

서럽다는 듯도 한 얼굴로 소리없이 울었음


근데 그 표정이 너무 애처로워서


그래서 현실에서 쿨쿨 자던 나도 눈물이 한강수로 흐름



할머니가 보다가 애미야 얘 왜이러냐! 하면서 깨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