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은 연못에 작은 물고기가 살았다

그곳은 너무나도 답답하고 또 더러워서 작은 물고기는 작은 연못이 싫었다. 작은 물고기는 항상 더 큰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자신의 연못이 그를 옭아매는 것 같았다. 그곳은 삶의 시작이었으나 동시에 족쇄였다.

어느날, 비가 아주, 아주 많이 내리던 날 연못이 점점 불어나기 시작했고 이윽고 터지고 말았다. 작은 물고기에게 홍수는 기회였고 모두 연못 아래로 내려가라며 작은 물고기를 말렸지만 그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작은 물고기는 힘차게 꼬리를 치기 시작했다 더 높이, 더 빨리! 작은 물고기는 작은 모험을, 그러나 그의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모험을 시작했다. 불어난 연못 너머로 난 작은 물길은 매우 비좁고 거칠었다. 몸을 움직일수록 낯선 땅이 그의 몸을 긁어댔고 비늘은 하나 둘 떨어져 나갔다. 작은 물고기는 힘겹게 아주 힘겹게 몸을 비틀어 앞으로 나아갔다. 저 앞에 새로운 미래가 보이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드디어 그의 눈앞에 강이 보였다.

더 이상 작은 연못엔 작은 물고기가 살지 않는다

작은 물고기는 자신이 헤엄쳐 온 길을 돌아 보았다. 은빛 비늘이 흩어진, 붉은 피가 번진 그 길은 고통스러웠지만 경외감이 들었다. 작은 물고기는 자신의 노력으로 그토록 원하던 꿈을 이루었다는 생각에 행복했다. 저 짙푸른 강 속에서 펼쳐질 새로운 삶이 기대됐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았다. 몸을 던졌다. 퐁당! 작은 소리와 함께 작은 물보라가 일었다.

그 순간, 작은 물고기는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떨어져 나간 비늘 사이로, 찢어진 살갗 사이로 강물이 닿자 처음 느껴보는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작은 물고기의 작은 기억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큰 고통이었다. 작은 물고기는 큰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얼마나 흘렀을까... 눈을 떴다.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여전히 고통스럽다. 눈물이 난다. 후회가 밀려온다. 지느러미에 감각이 없다. 다시 눈을 감는다. 눈이 떠지지 않는다. 다시 후회한다. 몸이 썩어가는 게 느껴진다. 우렁이가 몸을 갉아먹는다. 신기하게도 감각이 없다. 죽음을 느낀다.

작은 물고기는 영원히 눈을 감았다

어느 작은 연못엔 작은 물고기가 살았다




산문시를 써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