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에 가서는 다 조져버렸다

이 사람이 동성애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긍정적으로 바뀔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기쁘다 뭐 이런 소릴 하길래 내가 그랬거든 난 절대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뭐 이 사람이 딱히 현 사회상을 반영해서 했다거나 그런 의미는 아니었음 그냥 본인이 철학적으로 느꼈을 때의 얘기를 한 것 같아 그래서 내가 지금 후회하고 있는거고

이 이전에 헤어진 애인은 1년 사귀고 난 뒤 이별할 위기가 왔을 때 나한테 마지막에도 날 사랑한다고 했다.
사실 진위여부는 잘 모르겠다 그 사람은 나랑 헤어지고 나서 나보고 괜찮냐고 존나 태연하게 물어본 사람이거든
아마 그 때 붙잡았더라면 안헤어졌겠지. 그런데 난 그 사람 놔줬거든
그 사람은 내가 고백하지 않았으면 평생 이성애자로 살아갔을 사람이야. 앞으로 이반으로서 견뎌낼 어려움을 얘가 겪은, 혹은 겪을 것은 오로지 다 나때문이다 그런 좀먹는 생각때문에 그 사람을 놔준거였다
결과적으로 보면 잘 한 일인 것 같다 그 사람은 남자랑 사귀더라 요즘은

씹스러운건 지금 나랑 계속 같이 지내는 이 사람도 여자를 사귄 경험이 한 번도 없었다는 거다. 그것까진 그렇다고 쳐도. 내가 너무 부정적으로 말하면 안되었던건데. 약간 화내듯이 말해버렸다
난 기쁘다는 말이 나왔을 때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 사람 생각을 거의 무시한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데 그렇게 여자와 여자가 만나는 일에 대해 부정적으로 뱉어버렸을 때에야 좀 자각이 들더라
난 여자고 이 사람은 여자였지
그것도 너는 여자를 한 번도 사귀어 본 적이 없는 여자고

그 사람은 아마 내가 그렇게 부정적으로 말했던 것에 대해 분명 실망했을거야
그런데 그게 내가 그 사람을 싫어한다는 소리가 아니거든
난 그 어려움을 딛고도 당신을 사랑하고 싶다는 의미인데
그거 말하기가 그렇게 어렵더라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