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눈부시도록 맑고 그 가운데 너른 들판이 파릇파릇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오롯이 서 있는 건물 한 채! 바로 우리 단과대학이다.
구수하게 풍겨오는 거름 냄새는 마치 소의 방귀로 호흡하는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현장과 교실이 조화로운 우리 농업대학에 오려면 가장 필요한 것은 점수도 인성도 아니다. 바로 장화이다. 거름에 빠져 죽지 않으려면 말이다.

"농학!"
"농학."
저 멀리서 선배가 보일때부터 우리는 부동자세로 거수경례를 한다. 아침마다 우리는 농부의 마음으로 새벽 6시에 일어나 7시까지 풍물놀이를 하면서 대학의 고요한 아침을 깨운다. 옆 공대 기숙사에서 민원이 들어오지만 그정도는 이제 우리도 쟁기 들고 가서 알아서 처리할 짬이 된다.

오티때 우리가 모내기한 논을 직접 기르는 것은 정말 보람찬 일이다. 물론 그 와중에 동기 한 명이 쯔쯔가무시에 물려 아나필락시스반응으로 사망했지만 농업에 대한 사랑이 부족했던 탓이리라. 우리가 매일 먹는 밥, 생명의 원천인 이 농업에 감사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는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마다 88번씩 밥에 절을 한다. 이건 우리만의 정말 자랑스.. 러운문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