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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하는데 머리아프고 눈아픈 사람들 잘 보시오

윤리도덕(125.138) 2017.11.03 22: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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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인의 삶과 ...

관리자 | 2011.12.03 14:21 | 조회 252 인쇄 스크랩    제드 감염인

 

저는 2년 전까지는 평범한 미용인이었습니다. 미용을 전공해서 미용실에서 근무하면서 열심히 생활하고 있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두 눈이 바늘로 찌르는 듯 아파오고 온몸에 수두와 대상포진, 그리고 두 다리가 힘이 빠져 저리는 증상이 나서야 병원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땐 이미 폐에도 염증이 퍼져 피까지 토하는 지경이었지요. 병의 진행이 한참동안 진행된 후 알게 된 저의 병명은 후천성면역결핍증인“AIDS"였습니다.“AIDS"와 "HIV"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그때 저는 "AIDS"환자 이었지요. 그렇게 6개월간을 입원과 퇴원을 반복한 끝에 두 눈은 시력을 거의 잃었고 다리는 불편한 걷기도 힘든 상태로 퇴원했습니다. 저만은 분명 비켜갈 거라고 멀게만 느꼈던 무서운 그 병에 제가 걸린걸 알게 된 날 하루 종일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며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한참 후에 정신을 차리고 난 뒤 생각난 것이 가족들이었습니다.
'무슨 말을 어떻게 알려야 하나……?'
'날 어떻게 생각할까…….'

다행히 그때까지 결혼하지 않았던 몸이라 누나들과 형에게 말하는 건 그리 문제되지 않았지만 혼자 시골에 농사짓고 계신 아버님께는 차마 말씀드리기가 힘들더군요. 용기를 내어 간호해주시던 큰누님에게 밝혔을 땐 큰누님은 고맙게도 담담하게 두 손을 잡아주시며 저를 따뜻하게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하지만 형님은 달랐습니다. 제 곁에 오려하지도 않고 마스크를 썼으며 조카들과 저를 멀리 떨어뜨려 놓거나 아예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지요. 가끔 경멸과 안타까운 눈빛도 보였습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이 병의 무서움은 주위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차별이라고... 그때는 형님이 몰랐기 때문에 무턱대고 저를 멀리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병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많이 알려드리고 또 이야기를 나눠서 요즘은 집에 가면 같이 밥도 먹고 그런답니다. 물론 아버님께는 아직 밝히지 못했습니다. 충격으로 쓰러지실까봐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친한 친구들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저 눈이 좀 안보이고 몸이 아프다는 것으로 둘러댈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싫었습니다. 저희 감염인 들은 다들 이렇게 자신의 병을 밝히지도 못하고 속으로만 혼자서 끙끙 앓고 계시는 분들이 대다수이십니다.

 

HIV에 감염된 어떤 동생분은 아파서 생사를 오가는 상태에서도 아버지께서 알게 되어 아버지가 호적을 파라고 하고는 다시는 얼굴을 보려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저도 그러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기에 아직 연로하신 아버지껜 알리지 못하고 있기도 합니다. 부모들만 그럴까요? 자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아는 어떤 어르신은 이 병에 걸린 걸 자식들이 알게 된 후 아무도 부양하려 하지 않으셔서 혼자서 이곳저곳 혼자 외롭게 다니시는 분도 계십니다. 자식들과 부인에게 버림받고 혼자 지내는 분들이 거의 대부분이라는 것 입니다. 이야기 했다고 하면 다들 서로 같이 지내려 하지 않기 때문에 가족끼리도 말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제가 얼마 전 알게 된 분인데 저희들 인권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시는 한 분이 계신데 그분이 말씀해주신 내용은 더 절망적이었습니다. 서울에 한 환자가 죽자 가족들은 그 시신을 가지러 오지도 않으려하고 “신체포기각서”를 써 줄 테니 병원에서 치워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대구에서도 얼마 전 한분이 돌아가셨는데 가족들이 몇 십 년 동안 연락을 끊고 살며 돌아가신 사실을 전했음에도 오기를 꺼려하시더군요. 결국 그분이 남긴 돈이 얼마 있다고 하니까 오시긴 했지만… 참 씁쓸한 가족애였습니다. 또 어떤 분은 병원에서 병으로 생사를 오가는 가운데 갑자기 부인이 지장을 찍으라고 해서 찍었더니 그게 재산명의이전서류와 이혼서류였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이병 때문에 재산과 가족을 모두 뺏긴 것이지요. 또 한분은 한 평생을 한동네에서 살고 있었는데 동사무소의 사회복지담당자가 소문을 내서 살던 집에서는 물론 동네에서까지 쫓겨 나왔다고 합니다. 이렇게 저희들은 가장 사랑받고 사랑해야할 가족들에게 조차 내쫓겨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누구인들 자신의 병을 밝히고 아프다고 손잡아 달라고 말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암이나 백혈병처럼 불쌍히 바라봐주는 분들이 거의 없더군요. 오히려 경멸하고 무서워하기 일쑤인 것이 현실입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그건 이병이 문란하고 성을 매개로 하는 분들이 주로 감염된다고 잘못 인식이 되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과연 이런 분들만 걸릴까요? 이 병은 수혈로도 걸린 분도 계시고 안전하지 않은 관계로 대다수 많은 평범한 분들이 더 많이 걸린다고 합니다. 성관계의 횟수나 행태가 관건이 아니라 안전한 장치 없이 행위를 했을 때 노출되어 있는 것입니다. 


직장과 우리들이 자주 가야 하는 병원에서 더 심하다는 것을 저는 느꼈습니다. 먼저 직장에서는 저희 병명이 알려지게 되면 권고퇴직을 권하는 경우는 당연하고 조금 조심스러운 경우는 서로서로 소문을 내서 왕따 시켜서 결국 그 사람이 회사를 나가게 만들어 버린다고 합니다. 회사에서 매년 하는 건강검진 있죠? 그 검진을 통해 자신도 모르는 상태에서 검사를 하게고 또 그것을 상사에게 먼저 알려서 짤리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예 취업조차 못하는 것이 저희 감염인들의 현실입니다. 저 같은 경우도 가위질 하다가 손 배어 피가 날까봐 가위질에 자신이 없어서 미용실 일을 선뜻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체력적으로 다리도 아프고 지금 눈도 성치 않기도 하지만요. 또 요리사이신 어떤 형님은 칼을 쓰다가 손이 다칠까봐 요리일을 못하시고 계십니다. 다들 남들을 더 염려해서 혹시나 나로 인해 타인들이 피해를 볼까봐 그런 마음들을 가지고 계신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 전에 브랜다 영상을 보셨다시피 선진국에서는 피가 나면 일회용밴드만 잘 붙여도 감염위험이 없다는 걸 다 알고 또 그렇게 대하고 있습니다.
혹시 운이 좋아서 건강이 허락되어 일을 한다 해도 약 먹을 때는 무척 신경이 쓰인다고 하십니다. 저희들은 한꺼번에 매끼마다 약 한통씩 보통 입에 털어 넣거든요. 그걸 영양제라고 언제까지 말할 자신도 없을뿐더러 또 냉장 보관해야하는 약들도 많아서 혹시나 다른 사람들이 약에 대해 물어볼까봐 또 요즘은 인터넷이 너무 잘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으로 검색해보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일을 못하겠다고 하십니다.  일하고 싶지만 일 할 수 없는 서러움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사실 저희들은 누구보다도 직업이 필요하신 분들이 십니다. 다들 약값에, 치료비에, 또 누구도 도와주지 않아 혼자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모든 생활비를 혼자 감당해 하거든요. 저희 감염인 들은 먼저 아파서 힘들고 또 그 아픔을 이겼다 해도 두 번째로 찾아오는 것이 경제적 부분입니다.
조금 조심스럽긴 하지만 여러분이 제 입장이라고 생각해주시고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얼마 전 저는 눈이 나빠 한 대학병원을 다녀왔습니다. 거기서 저는 AIDS환자라는 이유로 제 눈물조차도 만지기 싫어하는 의사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다른 환자들은 눈을 만지고 손조차 씻지 않으시던 선생님은 제 차례가 되자 제 눈을 만지시고는 바로 손을 씻는 장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간호사들에게도 다른 환자들이 뒤에 앉아있는 상황에서 ‘AIDS환자이니 조심하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하더군요. 여기서 저는 많이 느꼈습니다. 이곳 의료 기관부터 많이 알려줘야 하겠다고요.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눈물이나 피부접촉으로는 전혀 감염위험이 없고 오히려 면역력이 약한 저희들을 진료할 때는 미리 손을 씻고 깨끗한 손으로 봐야 하는데 오히려 그 선생님은 반대로 하시더군요. 그뿐 아니라 제 차례가 되면 장갑을 안 끼다가도 갑자기 끼는 건 흔한 일이었습니다. 물론 면역력이 약한 저희들을 보호하기위해 깨끗한 장갑을 끼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환자들이 보는 앞에서 갑자기 끼시고 또 보는 앞에서 쓰레기통에 버려 질 때는 저희들 인격조차 같이 버려지는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병원에서의 차별은 그뿐 아닙니다. 전혀 감염과는 연관이 없는 내과나 이비인후과,피부과 더 나아가서는 기브스하는 정형외과에서 까지 저희 병명을 밝혔을 때는 진료를 거부하고 병실을 내어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간단한 혈압을 측정할 때에도 장갑을 끼는 경우가 더러 있고 입원 할 때면 지금은 많이 없어진 것으로 알지만 제 이름표와 차트에는 빨간혈액표시를 해두고 제가 쓴 식기는 따로 분리해서 나가며 투여 받은 링거와 쓰레기 환자복 등등에 빨간 딱지를 붙혀 다른 환자분이나 보호자들이 물어보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병원도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병원이 그렇게 하는 것을 알고는 그 이후부터는 저희들도 병원을 다닐때 마다 병명을 밝는 것이 점점 두려워지고 아파도 참고 안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저희들이 이래야 하는지요? 저희들은 단지 병명을 밝히고 떳떳하게 진료를 받길 바라서, 먹는 약도 있다고 밝히고 또 오히려 병명을 밝힘으로써 혹시 모를 의료인들의 안전에 좀 더 주의를 해드리기 위해서 말한 것인데…….

물론 피가 좀 날 수 있는 치과나 기타 수술을 요하는 병원에서는 주의를 해야겠지만 오히려 철저한 관리를 한다면 타인에게 감염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이건 병원에서 우리는 소독을 철저히 못하겠으니 안 받겠다는 뜻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여기서 한 가지 집고 넘어가야할 대목은 우리나라에 에이즈에 감염된 것을 모른 채 병원을 다니는 확인 안 된 감염인들이 더 많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므로 병원에서는 더욱 관리를 철저히 해서 혹시 모르는 위험들과 사고들을 미연에 예방해야 하며 오히려 감염인임을 미리 밝히는 것이 의료인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서 우리들은 치과 치료는 물론 면역력이 약해서 생기는 그 무수히 많은 병들을 제대로 치료를 받지도 못하고 오히려 더욱 악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일은 항상 병에 노출되어 있는 감염인에겐 익숙한 응급실에 실려 가는 경우엔 더욱 심해서 맹장이 터지기 일보 직전인 어떤 분은 감염인 이라는 이유로 대다수의 응급실에서 받기를 거부해서 병원을 돌아 다닌지 몇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수술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분은 수술후 그 당시엔 그냥 죽고 싶었다고 합니다. 또 응급실에 운 좋게 바로 들여 보내준다 해도 그곳엔“혈액전파주의”라는 말을 걸어놓던가 아니면 끝자리에 환자들을 밀어 넣고 간호사들끼리, 다른 환자와 보호자에게 우리가 감염인 이라고 말을 주고받는 경우도 많으며 어느 병원에서는 동물원 원숭이처럼 따로 두고 표시를 해서 얼굴만 내밀어 본다고 합니다. 그럼으로써 우리들이 병원가기를 더욱 꺼리게 만드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엔 과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물론 바쁘신 분들이라서 자신도 모르게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조금만 저희들의 입장을 헤아려서 “센스”있게 말해 주신다면 우리가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어 상처받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현재 2010년 12월에 통계결과 국내 감염인은 7700명으로 나날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또 잠재된 감염인은 10배나 많다고 합니다. 상상이 되십니까? 바로 이러한 감염인을 줄이고자 홍보하고 예방하고 저희들의 인권을 위해 일하는 분들이 이곳에 일하시는 분들이십니다. 저도 여기서 감염인분들과 콘돔을 포장하고 있습니다. 왜 정성껏 예쁘게 포장하시는 줄 아십니까?  한 개 한 개 포장할 때 마다… 부디 이 보호 장비를 꼭 착용하셔서 저희 같은 감염인 이 되시지 마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껏 오늘도 포장해서 캠페인마다, 홍보 할 때 마다 선생님들과 함께 돌리고 있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들을 “HUG"!! 해주십시오!

여러분의 따뜻한 가슴속의 체온을 조금이나마 감염인 들에게 나눠주신다면 저희들은 다시 일어서서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원으로 돌아갈 힘을 얻을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저희들을 지지해주셔서 지금의 현재까지 올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꼭 우리 감염인을 응원해주시고 지지해 주셔서 저희에게 큰 용기를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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