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이름이 늘 같은 이름이야.

전화하는 목소리가 너무 부드러워. 방금까지의 목소리와 너무도 달라. 전화라서 그런걸까 비교해보고 싶지만, 우연인지 작위인지 전화도 잘 받지 않는걸. 예전 기억을 되짚어도 그런 목소리는 기억나지 않아.

저장된 이름도 절대 그 친구가 하지 않을 방식으로 되어있어. xx이ㅎ라니. 심지어 저번과는 조금 다르게 저장되었어. 사실 그 친구의 방식이 뭔지는 몰라. 어쩌면 내 멋대로 재단하는 걸 수도 있어. 하지만 하나는 확신해. 내 이름은 절대 저런 식으로 저장되지 않았을 거야.

메신저 대화 내용이 가벼워. 오래 알고 지냈을 나보다 격이 없이 대화한다는 걸 느꼈어. 나는 여전히 용건이 없으면 말도 못 거는데, 그저 오늘 뭐를 먹었다 먹을 것이다 하는 이야기만으로도 스크롤이 짧아졌어. 당장

그래서 불안해. 그 상대가 나는 모르는 사람인걸. 하필이면 이름도 중성적이야. 게다가 그 친구는 누구라도 탐낼만한 사람인걸. 제발 아니겠지 아니었으면 하다가도 그렇지 않을까 그럴거야 이렇게 사고가 흘러가버려. 그게 너무 불안해. 그리고 너무 쓰레기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