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쨌든 엄청 조용했음. 조용하던 찰나에 얘랑 같이 다닌다던 친구가 밥 먹고 돌아옴. 둘이 어딜 가려고 구런 것 같았음. 그때 잠깐 그 같이 다니는 친구가 복도로 나가 있었는데 얘가 나한테 다가옴. 그때 내가 일본어 독학하려고 한창 공부하고 있었었음. 지금은 포기함 ㅎ 다시 시작해야겠지만. 쨌든 다가와서 멈칫멈칫하더니 나한테 말을 건넴. 일본어 왜 하는 거야? 하고 물어보는 거임. 갑자기 말 걸어와서 당황타섴ㅋㅋㅋㅋ ㅈㄴ 어버버 거리면서 아ㅏ... 나 취업애 도움 되라고 하는 거라고 말함. 근데 그거 알잖아. 처음 말하는 사람이랑 어색한 기류. 어색해서 죽울 뻔했는데 딱 가방에 초콜릿이 생각남. 그거 꺼내면서 초콜릿 있는데 먹을래? 그러니까 얘가 막 엄청 좋아하는 거임. 진짜 얘가 초콜릿을 얼마나 좋아하냐면 맨날 아침에 초코 유유 먹고 물통에 초코 우유까지 타소 들고 오는 애였음. 그렇게 얘기하다가 다른 친구가 들어오고 얜 친구랑 같이 교실을 나감. 근데 그 이후로 다른 애들이랑 달리 얘한텐 진짜 말 걸기 쉽지 않더라. 그래서 난 딱 알았음. 내가 쟤를 좋아하고 있구나 하고. 그땐 진짜 내가 레즈라는 것을 확실하게 각인시켜주는 계기가 됨. 그전에는 동성애라는 의미 자체를 몰라서 아무 생각이 없었었음. 쨌든 이후로 금요일까지 일주일을 친구들에게 배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점심 안 먹고 교실에 남아서 걔랑 단둘이 있었어. 단둘만 있으니까 서로 말하게 되면서 그래도 인사하는 사이 정도가 됨. 그래도 딱히 친해지진 않았음. 친하지 않았는데 여름방학 보충수업이라는 절호의 기회가 생김. 얘랑 다닌다는 친구랑 나랑도 친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애랑 나랑 걔, 또 우리 반에 다른 애, 여름방학에 일주일동안 자격증 보충수업을 듣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