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친형이었던 우리 누나
어제 밤에도 또 펑펑 울어대다 내가 겨우 달래며 재웠는데
이번에도 옷을 전부 다 벗어 버리고선 우는거 보니
보통 맨탈 깨진게 아니었나 보던데

아침에 나체로 나한테 붙어서 잠든거 보면 참 애잔하고
한편으론 천상여자로 변한 모습 볼때마다 참 신기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한편으론 내가 누나의 전용 눈물받이 취급 받는거 같아 씁쓸하기도 한게 언제까지 이럴 수는 없을건데

생각해보면 우리 가족이 다른 트젠들 비해선 희귀하단 소리 듣는게
커밍아웃때도 곧 순순히 받아들인거나 수술비도 지원해 준거나
성별 바뀐거 빼곤 집안의 딸 누나로 대하려 신경쓰는거나
작년말 태국서 SRS 했을때도 내가 가족으로서 따라나가 수술 받는데 옆을 지켜준거도
암만 누나가 남자였을때 행동이 워낙 특이했었고 외모 본판도 좋아서 여자가 되선 미모로도 인정 받는다고 해도
이런 가족은 극소수 중의 극소수란 거네

그런데 갈수록 뼈저리게 느끼는게
트젠 본인은 두말 할거 없고 그 가족이나 애인도 맨탈 단단히 먹어야 하겠다는거
암만 외모가 완벽하게 여자나 남자로 변하고 법적으로도 성별정정 되서 완벽해도 살다보면 알려지게 되어 있더라고
하다못해 전국민 정기 건강검진때도 남자였단거 밝힐 수밖에 없게 되있지
특히 애인 사이면 죽을때까지 숨기고 사는건 불가능하게 되있는게 이유는 굳이 말한해도 짐작될거야

나만해도 지인들 사이서 내 형이 여자가 됐단거 거의 다 오픈된 상태고
우리 형을 잘아는 사람들은 결국 그렇게 되는구나 하며 별 문제 삼지도 않고 오히려 격려도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겉으론 안 나타내도 직관으론 느끼지 우리 가족 뭐보듯하는구나 라고
그래도 걍 태연하게 그러든지 말든지 하고 말아버리지 그게 속편해

아이러니인건 내 여자친구도 누나가 트젠인거 알게 됐지만 오히려 그 계기로 사이가 더 가까워졌네
여자친구는 내 누나 멋지다 이쁘다며 같이 만나며 언니동생하며 친하게 지내는게
그러고 보면 여자들이 대개 MTF 트젠들에겐 오히려 우호적이데
우리 엄마만 해도 누나와 완전 모녀사이로 굳어졌고 같이 찜질방도 가며 잘만 다니던데

반대로 나나 주변 남자들은 거의 다 알던 여자가 남자로 FTM 된다면 다시는 안 본다고 나와
그런거 보면 트젠 대하는 태도는 남녀가 확실히 다르단거 실감해

그런데 트젠의 가족이나 애인도 마음 강하게 먹어야 되겠다고 다시 한번 느꼈던게
SRS 하려 누나와 태국 나가기 전에 들은 말이
아버지나 남동생인 남자는 따라가더라도 엄마 등 여자는 왠만해선 같이 나가지 말란 거였는데
그 이유를 수술받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정말 뼈저리게 실감했네
암만 트젠 선배들이나 인터넷이나 병원 안내 등으로 사전에 알만큼 다 알아놓고 간다해도
막상 수술 직후 온몸에 튜브 꽂고 시체처럼 누운거 보니까 처참해서 눈물이 핑돌던데 바로 엄마가 저런 모습 안본게 천만다행이단 생각 들더라고


그런데 가족 아닌 엄연히는 남남인 애인이 같이 오기도 한다는데
수술 과정을 다 지켜보는 애인은 맨탈이 대단한 거지
사랑이 그런거 다 감당할 정도가 아니고선 애초에 만날 수도 없었을 거니까

또 어제 밤에 한바탕 난리 치루고선 아침에 푸념 삼아 주저리 늘어놓네
하지만 역시 트젠 본인은 물론 그 주변 사람들도 맨탈 강해야 하겠단건 확실히 느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