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짝사랑 썰도 들어주냐
병신같으면 지울게....




중학생 시절이였다
너는 하얀 피부가 예뻤고
내가 잘 못하는 수학을
너무도 쉽게 풀어버리는 재주가 있었지

나보다 큰키에 커다란 손으로
모르는 문제를 알려달라고 갈때마다
차가운 그 손을 내 머리에 얹고 헝클었어

메이플, 거상, 파오캐같은 게임이나
친구들끼리 운동장에서
공하나 가지고 방방뛰는거 밖에는 몰랐던
나에게

너라는 애가 헤집어놓은 내 머리칼 처럼
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왔다

세상은 온통 너였다

고아라폰

너는 고아라폰을 썼었지

그때 얼마나 아빠를 졸라서
산지 일년도 채 안된 휴대폰을 억지로 망가뜨리곤
너와 같은 휴대폰을 사고

싸이월드에 있던 너의 음악이 마음에 들어
처음으로 문화상품권을 싸이월드에 썼지
양파 - 비행소녀

지금도 가끔 그때를 추억하면서
찾아듣곤 해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될때
나는 너와 같은학교가 되지 못해서
얼마나 슬펐는지 몰라

그래도 그나마 나에게 위안인건
너와 같은 동네에 살아
연락만하면 가끔 만날 수 있었지

고등학생 시절에도
너에 대한 나의 마음은 변하지 않더라
나는 이게 사랑인지 몰랐다

근데
그게 사랑이더라

다른 동성의 친구들과는 다른 느낌의
너에대한 감정

그리고 내가 느끼는 감정이
너도 같기를 바랬지

물론 그러지 않았다는게 비극이지만

학업에 치이고
너는 타지역으로 대학교를 가고
나는 재수를 했어

그렇게 잊혀져가는가 싶었어
네가 대학교를 가니 내가 재수를 했고
내가 재수가 끝나니 넌 군대를 갔지
그리고 나도 군대를 가고

4년가까운 시간동안
연락을 못했다

아... 잊었다기보단
퀘퀘한 먼지속에
네가 희미하게 흔적만 남아 묻힌걸지도 모르겠네

이제는 학점관리와 조별과제, 토익에 치여
사랑이라는게 뭔지도 모르겠고
그저 앞만 보고 달려가는 시간의 연속이였어

그 누구도 만난적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

근데 고등학생시절에 깨달아버린
나의 정체감 때문인지
너에 대한 추억인지
아니면 그저 막연히 아련한
그 시절의 향수 때문인지

단한번도 진짜 마음을 다한 사랑은 없었다

그렇게 그냥 찌들어가던 와중에

너와 정말 오랜만에 연락이 왔어


책장속에 파묻어놓고 있는지도 몰랐던
아주 오래된 책이

툭... 하고 떨어진거야

반갑고 고맙고 즐거운 기분이였다
꽤 오랫동안 그러했다

내가 그렇게 기분이 좋던 오랜 시간이 지나

너는 너의 여자친구를
나에게 소개시켜주었고

그리고 또 약간의 시간이 지나

네가 하고 있는 일이 정착되는 그때
바로 결혼을 계획하고 있다며

오랜만에 친구들을 불러모아
밥한끼 술한잔 하고싶다는 너의 말에

나는 속으로 얼마나 서운했는지 너는 모를거다
내가 이기적인거겠지
맞아
내가 이기적인거지

아직은 이르지만
그냥 잘 살았으면 좋겠어 네가

근데

나보다 한뼘 더 높았던 너의 눈높이와
차갑고 커다랗던 너의 손과
수학문제를 풀때 너의 표정
하얗던 피부
이제 더 이상 좋아하면 안된다는게

나는 너무 힘들다

너는 참 나쁘다
그때도 머리칼을 헤집으며 들어오고
잊을만 하면
살만 하면

다시 마음속을 헤집어 놓고

또 나혼자 정리해야해

내가 여자였다면
아니면 네가 여자였다면

이런 기분은 들지 않았을까?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너에게 말은 했을지도 모르겠다

잘가라 ㅂ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