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기억하는 여자의 표정은 대체로 웃고 있었지만, 남자가 기억하는 여자의 시간은 대체로 우울했다.

여자는 실없는 웃음과 헤픈 행동으로 주변 또래아이들의 미움과 시기를 독차지했고 남자도 그렇게 생각했다.

여자에 대한 남자의 마음이 변한건 아주 추운 겨울이였을것이다. 차가운 바닷물속에 걸어들어가는 그녀를 본 남자는 동정심을 느꼈다.

비록 조금 어둡더라도 밝게 보일 수 있다.

평소와는 너무도 다른 표정을 하고 작은 체구로 바다로 걸어들어가는 여자의 모습은 설사 거짓이라고 하더라도 동정받기 충분했다.

동정심은 여자에 대한 남자의 시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여자의 실없는 웃음뒤에 경직된 표정을 볼 수 있었고 헤퍼보이는 여자의 행동은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으로 보였기때문이다. 

항상 사랑에 부족한 여자와 그런 그녀를 동정하는 남자가 사귀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주변 모든이의 사랑을 받아도 부족한 여자에게 남자는 어쩌면 그가 평생에 걸쳐 사용할 만큼의 사랑을 쏟아부었고,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남자와 사랑받는 법을 모르는 여자가 동정심으로 시작한 사랑은 서로 상처만 남기고 끝났다.

나는 아직 그들이 딱 거기까지만 서로에게 상처였다면 좋았을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