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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문학)신데렐라와 친구들앱에서 작성

ㅇㅇ(223.62) 2015.12.15 21:15:31
조회 97 추천 1 댓글 2

주말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들뜬 토요알 저녁, 애리는 고등학교 친구인 미경과 순희를 만났다.



"어머 ~ 이년들 ! 이게 대체 얼마만이야 !"



"까르르 오버하긴 ~ 우리 저번달에도 모였어 ~"



"얘 그래두...고등학교때는 맨날맨날 우리 셋이 붙어다녔잖아"



"아무렴, 얘들아 우선 밥부터 먹자구!"



셋은 근처의 경양식 집으로 들어가 저녁을 들었다.





"애리야, 요새는 집이 좀 살기 괜찮아졌어?"



"응 뭐 그냥저냥.."



"아휴 ~ 그래도 애리 니가 우리 셋중에 머리는 제일 좋았는데, 등록금 없어서 대학도 포기..



"얘는.무슨.그런말을!"



방정맞게 입을 놀리는 순희를 툭특 치며 눈치를 주는 미경. 미경의 팔에서 에르메스 팔찌가 빛났다.



"친구끼리 이런말 하는거지 뭐, 안그래 애리야?"



순희는 대수롭지 않은듯이, 샤넬 파우더 팩트를 꺼내 화장을 고쳤다.

애리는 그 자리가 거북해서 견딜 수 없었다. 애리의 집은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한 아버지가 집을 나간 후, 줄곧 가난했다. 학창시절엔 가난하지만 당차고 쾌활한 애리가 뭐든지 앞장서며 미경과 순희를 데리고 놀았다.

그러나, 영원할것만 같았던 학창시절이 지나가고, 이젠 에르메스 샤넬 프라다 등으로 무장한 미경과 순희에게 기가 죽는 것이였다.

값싼 경양식이 맘에 안드는지 요리를 깨작깨작 먹으며 눈쌀을 찌푸리는 순희,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눈치주는 미경, 애리는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였다.



어찌어찌 셋은 식사를 마치고 나왔다.



"우리 인제 어디 가지?"



"당연히 이태원가서 ~ 바에서 좀 놀다 클럽 가야지 ~ 잘생긴 오빠들 많이 오겠.."

순희가 신나게 떠들다 말고, 애리에게 눈길을 주며 말을 멈췄다.



'그런 옷차림으로 가려고? 그리고 바에서 비싼 술 마실텐데?'

눈으로 하는 말을 애리는 똑똑히 파악할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미경이 애리에게 웃으며 물었다.



"애리야, 어디갈래? 너가 가자는데 가자 ~ 옛날처럼 우리좀 델고 놀아봐~"



"아니야... 나 오늘 몸이 좀 안좋아서... 집에서 자야겠어."



"그래..."





쌀쌀한 겨울바람이 무심하게 애리의 볼을 스쳐지나갔다. 애리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맺히더니, 한방울 뚝 떨어졌다. 애리는 고개를 푹 숙이고, 너덜하고 색바랜 겨울 코트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이봐 이쁜언니, 무슨 일로 눈에 눈물을 달고다니는가?"



"당신은...누구세요?"



"나는 마법사 물빈이란다 ~ 편하게 물빈 언니라고 부르렴. 꼴을 보니 고민있는것같은데, 언니한테 퍼뜩 털어놔 바라"



"언니...." 애리는.참았던 눈물을 쏟으며 마법사 물빈에게 하소연했다.

"나도...저 애들처럼 이태원 클럽에 가서 놀고싶어요..흑흑.. 잘생긴 오빠들이랑 춤추고... 하지만 이런 차림으로는...아무도 저랑.."



"됐다, 됐어. 꼬라지 보니 더 안들어도 알겠다. 이 물빈언니가 도와주지."



물빈이 마법봉을 꺼내 휘두르며 주문을 외웠다.



애리의 낡은 겨울코트가 별안간 애리의 몸에 딱 맞는 루이비통 캐시미어 코트로 변했다.

뿐만 아니라, 반지며 팔찌며 구두며 어느것 하나 트렌디하면서 명품이 아닌것이 없었다. 한쪽 팔에는 당당한 프라다 백이 걸려 있었다.



"그 차림으로 이태원에 지하철타고가면 이상하겠지?"



물빈은 마침 옆을 지나던 폐지줍는 할아버지와 리어카에 마법봉을 휘둘렀다.



박스를 가득 실은 리어카는 롤스로이스 팬텀이 되었고, 폐지할아버지는 멋진 정장차림의 운전기사가 되었다.



"아...이게 꿈은 아니겠지? 아아...믿기지가 않아, 물빈언니 ! 저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이유가 뭐에요??"



"물빈언니의 출장 마법 서비스입니다, 고객님.



"출장 마법이요? 그런것도 있어요? 무료에요?"



"고객님 오늘 이용하시는 서비스 요금 시간당 50만원 청구되는 부분입니다 ^^"



"할부 되요?"



"3개월"



"콜"



미경은 롤스로이스에 올라, 기사에게 한남동을 외쳤다.



"고객님, 12시 이후로는 추가 할증요금이 부과됩니다 ~~~~~!! 이용에 착오 없으시길..

"

점점 멀어지는 마법사 물빈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애리는 이태원을 향해 출발했다.





좁고 북적거리는 이태원로의 해밀턴 호텔 앞,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롤스로이스가 한 대 등장했다. 곧 문을 열고 내린 애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세상에... 루이비통 캐시미어에, 샤넬 신상 구두... 프라다 한정판 백... 전세계에 단 10개뿐이라는...."



"대단하다... 한걸음 한걸음에서 뿜어져나오는 '끼로라'..."



애리는 살면서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펄스로 향했다.

클럽은 애리의 등장으로 술렁거렸고, 마침 애리를 위한 뮤직이 흘러나왔다.





봄브라따따따 따따따 따 ~ 봄브라따따따 따따 따 따



Oh my god



누가 봐도 내가 좀 죽여주잖아

둘째가라면 이 몸이 서럽잖아

넌 뒤를 따라오지만 난 앞만 보고 질주해

네가 앉은 테이블 위를 뛰어다녀 I don’t care 



건드리면 감당 못해 I’m hot hot hot hot fire 





애리는, 새로 태어난 기분으로 당당하게 춤을 추었고, 그 끼갈은 클럽 내의 모든 보지들을 압도했다.



내가 제일 잘나가 !





수많은 남자들이 애리와 몸을 부비며 춤춰보기 위해 스쳐갔다. 애리는 눈에 차지도 않는 고만고만한 것들은 밀치거나 무시하버리고, 운명의 상대를 찾았다.

그 때, 애리의 끼갈 못지 않게 엄청난 훈훈함을 풍기는 남자가 애리 쪽으로 몸을 들이댔다.

'아아... 이 엄청난 아우라는...모태미남의 기운... 내 운명의 상대♡"



남자와 애리는 몇시간을 몸을 부비며 춤을 췄다. 사람들은 그들을 둘러싸고 서로에게 열광하고 있는 선남선녀를 구경했다. 몇몇은 애리를 가로채려는 몸짓을 했지만, 애리와 남자를 때어놓을 수 없었다.

둘은 곧 테이블로 자리를 옮겨 술잔을 기울였다.



"난 명수라고 해. 이름이 뭐야?"



"애리에요..."



"예쁜 이름이다. 너만큼 예쁜애는 태어나서 본 적이 없어."



"그래요? 오빠도 너무 잘생겼는걸요."



"너랑 춤을 추다니, 너무 황홀한걸."



"그럼 오빠, 또 추러 나가요"





애리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명수와 춤을 췄다. 애리는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황홀함에 빠져, 클럽음악의 비트와, 명수의 품에 온몸을 맡겼다. 그러나, 시간이 12시에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애리는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명수오빠! 이여자는 누구야? 나랑 나가서 놀기로 했잖아."



"어...너 누구더라?"



"오빠, 나 순희 !!아까 나랑 춤추고 밖에 나가서 바에 간대놓고서!!"



"뭐야 짭 에르메스 ㅡ 껴져 !"



"아 씹 재수 뽕이네 야 미경아 지금 몇시냐? 술집이나 가자"



"어 순희야, 지금 11시 55분인데, 지금 나가게?"



애리는 순희와 미경이 모두 변해버린 자신을 알아채지 못하는걸 보고 뿌뜻했다. 그런데...11시 55분?

'아 좆됬다, 12시부터 할증붙는댔는데'

애리에겐 3개월 할부도 무리인데, 할증이 붙으면 집안이 파산할지도 몰랐다.



"명수오빠, 즐거웠어, 그럼 이만 안녕 !"



애리는 명수를 뿌리치고 빛의속도로 클럽을 나와, 해밀턴 호텔 앞을 향해 달렸다.

'제길, 날 구경하는 사람들때문에 속도가 안나...제발...'

애리는 가까스로 12시 전에 주차해둔 롤스로이스에 올라탔다.



"기사 오빠, 빨리 이 거리에서 나가야되 !! 빨리 !"



그때였다.



"음성 알림입니다. 고객님의 상품은 12시 이후로 추가 할즘요금이 시간당 50% 부과됩니다, 이용시간을 연장하려면 연장 버튼을 눌러주세요 ~"



시계는 11시 59분을 가리켰다.



'아아...이대로는 안되...그치만 연장했다간... 집안이...'



"이용 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토요일 밤을 즐기는 무리들로 북적거리는 이태원로의 해밀턴 호텔 앞,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무언가가 있었다.

거리에는 난데없이 폐지를 가득 실은 리어카가 차들을 가로막고 서있고, 주인으로 보이는 노인이 넋이 나간 표정을 하고 주저앉아있었다.

게다가 리어카 위에는 웬 후줄근한 코트를 입고 고개를 푹 숙인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멀리서 명수가, 거리를 헤매며 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애리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캐시미어 코트에.프라다 백을 맨 애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애리는 눈물이 흐르는 얼굴을 손으로 가린 채, 터덜터덜 거리를 걸었다.



"아니, 애리야! 왜 여기 있어? 오늘 집에서 쉰다며?"



"그게..."



"너 울었어? 얼굴이 왜그래?"



"미경아.."









이태원 골목 구석의 어느 허름한 술집, 애리와 미경이 마주앉아 술잔을 기울였다. 애리와 미경 옆으로 석유 난로가 벌겋고 훈훈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이렇게 맘편하게 친구랑 술마셔보는게 얼마만이냐 ~~"



"그래 이년아. 고등학교때 교실에 이런 난로 있었잖아ㅡ 그때로 돌아간것같다 야"



"그래. 애리 니년이 밤에 술 가져와서 마셨었는데, 그것도 비슷하다 야"



"어머 깔깔깔 그랬었나?"



난로 열기가 두사람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야 이년들아! 치사하게 너네끼리 놀고있고 !"



순희까지 모여, 옛날의 3인방이 모두 모였다.

은근슬쩍 애리를 깔보았던 순희도, 그에 주눅들어있던 애리도, 지켜보던 미경도 따뜻한 열기와 술기운의 열기에 취해버렸다.

셋은, 함께 있는것만으로도 즐거움으로 가득했던 옛날의 그 시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떠들썩한 술집은, 셋의 웃고 떠드는 소리가 더해져, 토요일 밤의 소란스러움을 더해갔다.



허름한 술집의 고기굽는 냄새며, 석유난로 기름내가 애리의 너덜너덜한 코트에도, 미경의 에르메스 코트에도, 순희의 밍크에도 똑같이 베겼다.

오늘이 지나가면 애리는 여전히 저 둘보다 궁핍하게 살 것이다.

그러나, 석유 난로 앞에서 기름내 맡아가며 웃으며 떠들던 옛날 교실, 그곳을 애리, 미경, 순희 모두 마음속 어딘가에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 그것을 확인한 애리는 어느 때보다도 마음이 가벼웠다.



토요일 밤이 애리에게 남긴 것은 3개월 할부의 요금 뿐이였지만, 결과가 좋으면 뭐든 좋다던가?

'마법사 물빈의 출장서비스? 뭐...잠깐이였지만 좋긴 좋았어'

애리는 간만에 낡은 코트를 입고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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