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한 치 거짓없이 해당 글을 작성한다는 점을 먼저 서술하며 시작하겠다.

그 날은 원래 왁싱을 받기로 한 날이였는데, 아침에 씻고 나와서 무심코 한 내 행동으로 당일 스케줄은 모두 취소되었다.
평상시에는 하지도 않던 행동이였지만 이상하게도 그 날따라 나는 집에 있는 작은 거울로 내 항문을 살펴봤다. 그랬더니 이게 왠걸...닭벼슬 같은 조직들이 항문 안 쪽에 붙어있는게 보였다.
순간적으로 머리를 한 대 맞은듯한 느낌이 들더니 이윽고 육성으로 내뱉은 한 마디.
"좆됐다...."
옷을 입지도 않고 헐벗은채로 항문에 생기는 성병을 검색해보다가 이게 곤지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곤지름, 영어로는 콘딜로마
HPV에 걸리면 생기는 가장 흔한 성병 중에 하나라고 한다. 니미 씨X...누구지? 솔직히 말해서 누구한테 옮았냐고 물어본다면 대답할 수가 없다. 왜?
최소 1년동안 내가 박힌 자지만 해도 4개는 될테니까.
그리고 적어도 내가 빨았던 자지 중에 그런걸 달고 있는 인간은 없었다.
아, 물론 할 때마다 빨아준 건 아니지만.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스치고 있을 때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병원에 가야한다는 것이였다. 서둘러 옷을 챙겨입고 거리는 꽤 멀지만 곤지름 관련 수술로 유명한 병원으로 갔다.
가는 길에 보이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무인도에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

행복해보이는 커플들, 업무 전화를 받는 중년 남성, 친구들끼리 떠들고 있는 학생들..모두 나랑은 달리 깨끗한 몸을 가진 사람일거라는 생각에 자괴감이 날 뒤덮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난 그 수많은 군중들 속에서도 홀로 외딴곳에 버려진 쓰레기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감정의 소용돌이를 거쳐 도착한 병원에서는 최대한 빨리 수술하는게 좋다는 말과 함께 일정을 잡았고, 난생 처음 하반신 마취를 경험하게 되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회복하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항문에서 피와 진물이 흐르는 게 멈추는데까지 2주는 넘게 걸렸다) 슬슬 일상 생활이 원활한 시점이 되자 내 더러운 욕망은 다시금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수술을 받고 난 직후만 해도 두 번 다시 게이 야동은 커녕 이 쪽은 쳐다도 안 볼 줄 알았는데 정신차려보니 정말 놀랍게도 난 다시금 게이 야동으로 자위를 하고 있었다.
박히고 싶다는 생각과 동시에 박고 싶다는 생각이 내 머리속을 뒤덮는 와중에 며칠 전 수술 했던 부위를 다시 확인했다.
사실 회복 기간 도중에 항문 부위가 간지러운걸 보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담당 간호사가 재발율이 거의 100%에 가깝다는 말도 했었고....하지만 다시 그게 내 항문 안 쪽에 붙어있는걸 보니 기분이 좆같아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근데 진짜 답이 없는 건 이 곤지름이 아니다.
이런 상황을 겪고도 게이 섹스를 하고 싶어하는 내 자신이 답이 없다는 거다.
이 정도면 그냥 중독이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난 이 글을 읽는 모든 게이들이 명심했으면 하는게 있다.
당신이 이미 어느 정도 동성 간의 성생활을 한 전력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그 행위를 멈추길 바란다.
난 불행 중 다행으로 다른 성병에는 감염되지 않았지만 매독이나 HIV에 걸렸다면 이미 어딘가에서 생을 스스로 마감한채로 발견되었을지도 모른다.
HPV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라 완치 개념은 없지만 지속적인 수술과 추적 관리로 곤지름 소멸과 동시에 해당 바이러스를 비활성화 시킬 수 있다.
물론 이게 정신 승리로 보일 수도 있지만 난 최악 중에 그나마 차악인 상황이라, 아예 삶을 포기할 수준은 아니라는거다.
명심해라 모든 게이 섹스의 끝은 결국 정해져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