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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편 지어봤다앱에서 작성

(175.223) 2016.03.17 21:03:30
조회 86 추천 0 댓글 3


「악몽」 혹은 「어느 보갈년의 오후」 혹은 「어느 시인의 죽음」

나는 말없이 만원 짜리 지폐를 들이밀었다.
못생긴 매표소에서 티켓을 받아 쥔 손은
엉거주춤한 각도로 극장 휴게실의 난간을 찾는다.
애써 태연함을 추구하는 안면 근육.
허나 연신 식은땀을 흘려댄다.
눈치 없는 뒷덜미. 냄새난다.
휴게실은 이미 살롱 우아댁들의 차지다.
쫓기듯 극장 안으로 들어간 나는, 죄지은 사람 마냥
주섬주섬 가방을 싸안는다. 불쾌한 의자에 몸을 파묻는다.
입술사이로 절로 흘러나온다. 한숨.
무관심하게 이별 장면을 읊어댄다. 스크린.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웬 사내 옆자리에 와 앉았다.
옆을 볼 용기도 나지 앉을 틈에
그의 손은 나의 사타구니를 만지작거린다.
불쾌하게 좋아지는 기분. 꼬리를 타고 솟아오른다.
얌전한 고양이가 과감하게 그의 지퍼를 내린다.
배곯은 아이 마냥 뻔뻔한 성기를 빨아댄다. 뻔뻔. 하. 다.
이윽고 몸을 틀어대는 사내. 벌써?
사납게 앞으로 고꾸라지는 사내의 몸. 이상. 하. 다.
나,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확인한다. 낯. 익다.
우스꽝스레 일그러져 고통스러워하는 얼굴. 소리내지 못한다.
맙소사. 이내 사내는 극장바닥에 고꾸라져 요동을 쳐댄다.
엄마야 이걸 어쩌면 좋담.
공포에 휩싸인 보갈년은,
무작정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달려나갔다.
밝은 빛에 눈이 멀어버릴 것 같았지만
내달리는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얼마나 뛰었을까. 겨우겨우 정신을 차린 나.
어느 낯선 골목, 썩어 가는 나무대문 앞에 앉아있다.
그러나 흐르는 눈물은 멈추지 앉는다.
지독히 짠 눈물 맛은 두려운 마음 탓이었을까.
아님 죄책감 때문이었을까.
그렇게 쓰러진 사내는 살았을까,
아님 죽었을까.





어떠냐??? 느낌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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