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코로나가 2학기 끝나고 슬슬 시작된 걸로 기억함
방학 때 학교 실험실에서 연구 활동하다가 갑자기 실험동 폐쇄되고 그래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거든
아무튼 반 년 이상이 지나 8월에 군 입대를 했고 또 시간이 흘러 코로나가 시작된지 1년 정도 지난 시점이었음
휴가 통제가 지속되면서 부대에 있는 상병, 병장들이 휴가를 60일, 70일을 슬슬 뭉텅이로 사용하거나 조기 전역을 시작하면서(내가 전입 오기 전에 무사고 500일 끝나면서 부대 인간들이 휴가 파티를 하기도 했음) 야간 근무의 빈도가 점점 심해지기 시작했음
부대에 의무병은 나 포함 총 2명이었는데 선임도 슬슬 휴가를 가면서 부대에 나 혼자 있을 때가 잦아졌는데 근무에 나갈 사람이 없으니 비전투 보직이라는 점을 1도 배려 받을 수가 없었음
본부 중대 말고 다른 중대는 일과가 없는 건지 일과하다가 어쩌다 다른 중대 생활관 지나갈 때마다 다들 생활관에 있더라고
일과, 주간/야간 근무, 야간에 환자 처방까지 하느라 제발 코로나 터졌으면 하고 속으로 맨날 빌고 있었음
하지만 매달 온나라에 올라오는 감염자 현황에는 우리 부대는 커녕 근처 부대에서 발생한 확진자조차 없는 상황이었음
그런데 하늘이 나의 간절한 바람을 들은 걸까 그러다가 상급 부대에서 간부 확진 사례가 나왔다는 거임
근데 그 상급 부대 간부와 우리 부대 취사병 몇 명이 식자재 운송(?) 중에 해당 간부와 접촉했다는 게 밝혀지면서 취사병들이 싹 다 격리를 당함
그렇게 전원 코로나 검사를 진행했는데 그중에 한 명이 확진 판정을 받음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하니까 동기들이 얘한테 카톡을 보내봤는데 얘가 코로나에 걸리면 어떤 모텔로 격리를 보내준다더라는 거임
동기들이 "와 미쳤다", "와, 부럽다"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었는데 얘가 아직도 우리 부대에 남아 있다네? 아마도 폰 반납할 시간 지나서 자기를 다른 곳으로 데려갈 예정인 것 같다는 거임
동기들이 "나도 코로나에 걸리고 싶다~" 이 말을 할 때 문득 나는 이걸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음
부대에는 독립적인 건물이 두 동이 있는데 격리자는 병사 생활관이 없는 동에 격리 중인데 이젠 야간이라 대부분 문도 잠겨 있고 감염자를 직접 만나서 행동을 취하는 건 리스크가 매우 높은 상황이었음
순간적으로 머리를 굴린 나는 전공 지식을 살려보기로 함 바이러스는 보통 호흡기, 코 점막을 통해서 감염되기 때문에 비대면이라고 하더라도 바이러스를 온전히 내 코로 옮길 방법만 있다면 된다!
나는 바로 걔한테 생수 한 통 거의 비우고 남은 물을 코로 흡입했다가 그 물 그대로 통에다가 흘려달라고 함
콧물이 섞여도 괜찮고, 아니 콧물이 물에 섞여야 한다. 통에다 기침도 해달라 제발 부탁한다...
걔가 처음엔 미친 소리 하지 말라고 했지만 사정사정을 하니 알겠다고 함 그리고 본인이 차 타고 나갈 때 생수 통을 건물 밖에 내려놓고 간다고 함
걔가 차에 타고 간 건 폰 내기 직전이었는데 걔가 생수 통이 어디에 있다고 메시지 남긴 걸 보고 폰 반납을 하고 청소 시간을 이용해서 생수 통을 가져옴
의무실에서 가져온 면봉을 생수에 담궈서 애들한테 나눠줬는데 동기들이 "아 씨발 역겨워서 못하겠어", "시간이 지났으니까 바이러스가 망가지지 않았을까?" 이러면서 주저함
내가 '얘들아 이 부대를 탈출하려면 참아야 돼"라고 말하면서 내 코 점막에 생수 물이 흡수되게 크읍 하고 들이켰음
내가 이렇게 하는 모습을 보니까 애들도 조금씩 따라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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