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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인데 그 중에서도 소수파라서 배척받은 이야기모바일에서 작성

지나가는게이너(124.50) 2016.04.03 23:38:28
조회 3424 추천 11 댓글 10

일단 필자는 100% 게이임. 여자 보면 아무 생각도 안 듦.
그런데 게이너이기도 함.
정확히 설명하자면 게이너(feedee, gainer)는 살찌는 걸 좋아하고 실제로도 체중을 늘리고 있는 사람을 뜻하고
피더(feeder, encouager)는 게이너 살찌는 거 좋아하고 더 불어나도록 먹이거나 이것저것 도와주는 사람을 뜻함.
그래서 결론적으로 \'살찌기 좋아하는 뚱뚱한 남자\' 만 좋아하는 것이 됨.

필자만 그런 건 아니고, 전세계적으로 나랑 비슷한 사람이 적은 편은 아님. LGBT 전체로 봤을때는 엄청 적긴 하지만...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화성인 바이러스에서 150kg이 이상적인 몸무게라고 주장하던 남친사육녀가 나온 적이 있고 (이 경우는 여자쪽이 피더)
외국은 인터넷도 안 나온 1950년대부터 그런 성향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뚱남끼리 만나고 그랬음.
지금도 그런 커뮤니티가 엄청 많음. DimensionMagazine, Grommr, Bellybuilders 등등
그런데 문제는 한국에는 이런 게이너 전용 사이트나 공간이 없다는 점.
비슷한 건 있음. 그냥 베어나 쳐비들 만날 수 있는 앱.
그래서 필자는 외국사이트에 가입하는 거 이외에 베어나 쳐비 많은 9mon 같은 곳에도 소개글을 올리곤 함.
대신 소개글 내용에 \'뚱 이상 선호, 게이너 찾습니다\' 라는 문구를 꼭 넣음.
그렇지 않으면 다른 성향의 사람이 와서 잘 모르는데 말 걸지도 모르니까.

여기까지 읽어보면 필자가 성소수자 중에서도 소수파라는 사실을 알게 될거임.
몸매 가꾸려고 운동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진짜 이상해보일 정도로.
그래서 내가 이런 취향이라는 걸 확실히 깨닫게 된 중1때 엄청나게 고민했었음.
살이 찌면 움직이기도 힘들 것이고 2형 당뇨, 지방간, 통풍, 암 등등 평생동안 병에 걸릴 각오를 하고 살아야 하니까.
그리고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한국에서 뚱뚱하다고 인정 못 받을 가능성도 있고.
근데 고민을 아무리 많이해도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을 포기하는 건 싫었음.
그래서 현실과 어느정도 타협하는 선에서 게이너가 되기로 마음먹었음.
운동도 자주 해서 뚱뚱해도 몸 움직이기 좋을 정도로 근육도 만들고, 칼로리 제외한 다른 영양소는 전부 골고루 관리해가면서 먹었음.
뚱뚱하고 무식하다, 이딴 소리도 안 들으려고 능력으로 인정받고자 머리쓰는 습관을 들여서 IQ 152이상 찍고 멘사들어감.
게이너로서는 나름 일반적인 사람이 되도록 노력을 많이 했음.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였음.
내가 게이너이다 보니 일반적인 게이나 바이는 당연히 만나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 만나는 사이트나 앱에다 위에서 말한대로 키/체중 적고 소개글에 \'게이너 찾습니다\' 라고 적어뒀음.
그렇게 써뒀으면 게이너 아닌 사람은 그냥 지나가면 될 것이고, 뚱뚱한 걸 혐오하는 사람이더라도 만나지도 않을 거니까 굳이 신경 안 써도 되잖음?
그런데 거기에서도 뚱뚱하다고 오지랖 펼치는 인간이 있어서 충격이었음.
"님 뚱뚱하니까 보기 싫네요. 살 좀 빼고 나서 저랑 사귀실래요?" 같은 케이스는 애교 수준.
좀 심한 경우에는 "그 몸집으로 엘리베이터는 어떻게 타요? ㅋㅋㅋ" 라고 하면서 그로테스크한 사진으로 테러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ㅂㅅ 존나 뚱뚱하네 나 같으면 자살한다" 라고 대놓고 욕질하는 인간도 있었음.

난 LGBT관련 사이트랑 앱에서 이런 말 듣고 어이가 없어졌음.
욕을 들어서 기분이 나빴다, 이런 건 아님. 애초에 그런 말 하는 사람은 현실에도 널림.
문제는 자기가 소수자이면서 소수자의 입장을 모르는 듯한 태도였음.
사람이 말랐든 뚱뚱하든 그게 다른 사람한테 직접적인 피해가 가지 않는 이상 만나지도 않을 사람한테 그걸 왜 지적질을 함?
지가 내 인생 살아본 것도 아니면서,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데, 뚱뚱하다는 사실 하나 가지고 욕질하는 인간들도 LGBT에 대해 전혀 모르거나 편견 가진 일반인한테 "너는 왜 남자면서 남자 좋아해? 정신병자냐?" 라는 소리 들으면 부들부들할거면서 왜 자기랑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인정을 못하나 모르겠음.

이런 일 겪고 나서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나같이 성소수자 중에서도 특이한 사람이 있으면, 이해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인정은 해달라는 것.
그리고 그 사람 주위에 있으면서 직접적인 피해가 오지 않는 이상 그 사람을 욕보이는 행동은 안했으면 하는 거임.
게이인데 트랜스젠더 싫다고 욕한다거나, 레즈비언인데 바이 꼴보기 싫다고 한다거나 하는 행동이 그런거 예시임.
자기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잣대를 남한테 억지로 들이대지는 말았으면 함.
여기에 그런 사람이 있다라는 거는 아니고, 그냥 이런 일을 겪다보니 사람들한테 알려주고 싶어서 글을 써봄.

긴 글이었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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