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할 수 있는 얘기가 아이돌이랑 BL 얘기밖에 없네..."

민재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카페 테이블 위에 턱을 괴었다. 맞은편에 앉은 태현은 이어폰을 한쪽 귀에서 빼더니 피식 웃었다.

"뭐래? 너 또 그 K-POP 오타쿠 모드냐?"

"아니, 진짜로! 나 친구 어케 만드냐? 매일같이 최강돌이랑 연애 상상이나 하고... 현실에선 말 걸 사람도 없어."

태현은 커피 잔을 내려놓고 민재를 빤히 쳐다봤다. 그 눈빛이 너무 깊어서 민재는 순간 당황했다.

"너, 나 있잖아."

"뭐?"

"나 있잖아. 친구든 뭐든."

민재는 태현의 말이 농담인지 진심인지 분간이 안 가서 그냥 웃어넘기려 했다. 하지만 태현은 웃지 않았다. 오히려 테이블 아래로 손을 뻗어 민재의 손등을 살짝 건드렸다.

"야, 너 BL 소설 너무 많이 읽은 거 아니냐?" 민재가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빼려 했지만, 태현은 놓아주지 않았다.

"그럼 너도 나 때문에 BL 하나 써봐. 주인공은... 우리 둘로."

"뭐야, 미쳤어?" 민재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심장이 쿵쾅대는 소리가 카페의 잔잔한 배경 음악을 뚫고 들리는 것 같았다.

태현은 여전히 그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최강돌이보다 내가 낫지 않냐? 걔는 너 손 안 잡아주잖아."

민재는 할 말을 잃었다. 태현의 손이 따뜻했고, 그 온기가 마치 BL 소설 속 한 장면처럼 현실로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너... 진짜 이상한 놈이야."

"그래서 좋잖아."

그날 이후로 민재는 아이돌 얘기만 하는 자신이 아니었다. 태현과 함께라면, 현실이 소설보다 더 설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