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백제가 일본에게 보낸 볼모는 속국이라는 증거가 아니라 우호의 상징일뿐이다?

일본은 조공국 백제에게 역대 지나(중국) 왕조가 한반도 왕조에게 해줬던 그 어떤 지원보다도 더 많은 지원을 해줬습니다. 당시 일본은 경제적으로 풍요롭진 않아서 물질적인 지원은 거의 안해줬지만 고구려의 남하 위협이 있던 백제에게 가장 중요했던 안보를 지원해줬습니다.

  다만 동아시아 고대사에서 볼모가 천대받는 케이스는 적었습니다. 지나도 각국끼리 우호의 상징으로 볼모를 보냈었죠. 하지만 전쟁이나면 볼모가 가장 먼저 죽임을 당했던만큼 볼모를 보낸다는게 단순히 우호의 증거는 아니였습니다. 실질적으로 대부분 볼모들은 호의호식 하면서 지냈지만 말이죠. 게다가 일본이 자국의 주요 인물을 백제에 볼모로 보냈나요? 백제만 일방적으로 후계 왕족을 일본에게 볼모로 보냈습니다. 이는 명백히 일본 - 백제 관계에서 일본이 갑이였다는것을 의미합니다. 일본이 잘해줬다고해서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는 거에요.
  
2. 전근대에는 문명의 발전이 국력을 대변할수없다.

  이게 무슨 의미냐면 문명 격차(특히 군사기술)가 크지 않는 국가들끼리는 문명의 격차가 그 나라간의 상하관계를 결정하지 않는다는것입니다.

이것은 중세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송나라가 요나라보다 인구가 많고 문명이 발전했다고 해서 요나라 보다 강대국이라고 말할수 있었나요? 고려가 어느정도 요나라를 손보지 않았다면 요는 적어도 금나라때처럼 화북 대부분을 뺐고도 남았을것입니다.

  몽골제국은 금, 송, 호라즘, 아바스 이슬람보다도 적은 인구 및 뒤떨어진 문화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떻게 그들을 정복했을까요?

  당시 일본의 인구는 고구려, 백제, 신라보다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일본은 고구려+신라+말갈 연합전선이 탄생하기전까지는 매번 신라를 털었습니다. 특히 백제는 17대 아신왕 때부터 일본에게 군사지원을 본격적으로 받기 위해 왕족을 볼모로 보내기 시작합니다. 백제가 정말 강국이었으면 굳이 일본에게 볼모를 보내면서까지 지원군을 받아야 했을까요? 즉, 국력상 일본 > 백제 였다는 뜻입니다.

3. 지나에 대한 일본과 백제의 태도.

수나라가 지나를 통일할 당시 일본과 백제는 수나라에게 이런 모션을 취합니다.

   일본:  “동천황(東天皇)이 서황제(西皇帝)에게 경백(敬白)한다”

   백제: 고구려를 칠때 제가 길잡이를 해드리겠습니다.

참고로 이때 약 10년간 일본과 백제 사이가 안좋았을 때이기도 합니다. 물론 볼모를 죽일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요. 그때 잠시 백제가 친일, 친지나 양다리를 걸쳤었죠.

4. 무엇보다 백제가 일본에게 볼모를 보내기 시작한 이후, 백제왕위는 일본에 볼모로 있던 태자가 대대로 계승하게 됩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냐면 백제왕권을 이루는 요소 중 하나가 일본이 인정한 정통성이라는것입니다. 특히 삼국시대 때는 귀족의 권한이 고려, 조선때보다도 훨씬 강했던 시절이고, 심지어 왕을 죽이고 반란을 일으키던 케이스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백제가 고구려의 위협을 끊임없이 받았음에도 그런 케이스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5. 당시 백제 귀족들도 일본에서 볼모로 있다온 왕족을 정통으로 인정했다.

4번과 겹치지만 이것은 백제 내의 인식을 엿볼수있는 증거입니다. 예를 들면, 18대 전지왕의 경우 아신왕이 죽자 바로 백제에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오늘날처럼 비행기가 있던 시절이 아니니까요. 배를 타고 백제로 돌아가려면 상당히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백제는 전지왕이 백제로 돌아오기전까지 아신왕의 동생인 부여훈해가 섭정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부여훈해는 막내 동생인 부여설례에게 살해당하고 부여설례가 한동안 왕을 자칭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부여설례도 결국 귀족들에게 살해당하고 일본군의 호위를 받고 있던 전지왕이 즉위하죠.

왜 당시 백제 귀족들이 실권을 장악했던 부여설례를 따르지 않았을까요? 이거 자체가 당시 백제의 유력 귀족들이 일본에서 보낸 전지왕의 정통성을 더 인정했다는 증거 아닐까요? 물론 당시 부여설례를 지지한 귀족도 있었지만 말이죠.

6. 백제부흥운동 당시 백제의 복신 및 도침은 부여풍의 귀국을 일본에게 요청했습니다.

백제부흥운동 당시 백제에는 다른 왕족도 있었습니다. 근데 백제는 굳이 일본에 30년간 볼모로 있었던부여풍을 왕으로 앉히기 위해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이것 역시 일본이 인정한 정통성이 있는 부여풍을 백제부흥군 중심세력들이 더 인정했었다는 증거입니다.
  


- 결론

백제는 일본의 영향권 밑에 있던 속국이 맞습니다. 다만 속국이라는 표현은 지나-한국간의 관계에서 많이 쓰이던 표현이었습니다. 한국을 착취했던 지나와 달리 일본은 백제에게 꾸준히 선심성 군사지원을 했기 때문에 "백제는 일본의 속국이었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일반적인 종속 관계에 익숙한 한국인에게는 위화감이 있을수도 있습니다.

어쨋든 당시 백제가 일본에 보낸 볼모는 백제가 일본의 영향권 하에 있던 국가라는 확실한 방증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다음에는 고대 일본-지나관계사에 대해 서술할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