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부동산이 효자네" [조선일보  2005-06-07 18:54:39] [조선일보 탁상훈 기자] 임대료 수입 짭짤 오르는 땅값은 덤 백화점·오피스텔 짓는등 투자열기 후끈 연 수백억대 수입… 재원 확충에 '단비' 서울 광진구 자양동 건국대학교 인근의 한 부지. 한때 선수들의 고함소리가 요란했던 야구장이 요즘 대형 덤프 트럭 소리로 가득 차 있다. 총 3만여평 땅에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건국대는 2003년 초 이 땅의 절반을 58층짜리 주상복합 아파트를 건설하는 업체에 팔았다. 건국대는 그 돈으로 나머지 절반의 땅에 작년 말부터 백화점·오피스텔 건축 공사를 시작했다. 백화점·오피스텔 타운은 2007년 중반이면 공사가 끝나 세입자를 맞는다. 예상 임대료는 매년 300억원 가량. 지난해 학교 예산 2500억원의 12%에 이르는 규모다. 이 학교 김종순 기획처장은 “명망 있는 교수진과 우수 학생을 영입하는 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안정적인 재원(財源)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대학들이 부동산 활용과 투자법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대학 당국의 기부금 모금 경쟁에 못지않을 만큼 치열하다. 몇몇 대학엔 부동산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고려대는 이달 중 서울 중구 현대그룹 본사 인근에 3층짜리 건물을 새로 지을 방침이다. 지난달 31일 행정당국으로부터 사업인가를 받았다. 고려대는 작년과 재작년에도 안암동에 각각 4층, 3층짜리 소형 빌딩을 세워 임대를 줬다. 학교측은 “임대료가 많지는 않지만 수입이 안정적이라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고려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학교 인근 개운산 일대 소유 부지 700여평에 스포츠센터를 세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단국대는 지지부진했던 서울 한남동 캠퍼스(총 4만2000평) 이전 작업을 다시 추진하기 시작했다. 학교 부지를 아파트·빌라 등 주택 타운으로 개발하는 계획을 세운 한 부동산개발업체와 최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순조롭게 사업이 진행될 경우 3000억원 이상 들어올 것으로 학교측은 보고 있다. 단국대 관계자는 “재단이 짊어지고 있는 빚도 대부분 청산하고, 미래 선도 대학으로 발전하는 데 필요한 연구·강의 시설도 확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국대는 이미 학교 이전에 필요한 부지 32만여평을 경기도 용인시에 확보해둔 상태다. 한남동 일대의 건축물 높이 제한 등 각종 규제와 재학생들의 반발이 변수로 남아 있다. 아예 건설회사까지 갖고 있는 명지대는 2002년 준공한 서울 남대문 앞 ‘명지빌딩’(25층 규모)을 통해 연간 140억~150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연세대는 비교적 일찍부터 이런 빌딩 임대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서울역 인근의 ‘연세재단세브란스빌딩’ 등 3개 빌딩에서 거두는 돈이 매년 120억~130억원에 이른다. 해외 명문 사립대 역시 발전기금 중 일정 비율을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 하버드대의 경우 총 226억달러의 기금 중 6%인 약 13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16%의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선홍렬 사무총장은 “대학들이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위해 애쓴다는 점에서 (부동산 투자는)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수익금이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지원되는 시스템 마련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