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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 사랑으로 채워지는 결핍

메디먼트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05 07:45:04
조회 86 추천 0 댓글 0
[메디먼트뉴스 길하은 인턴기자]

 누구에게나 위로받고 싶은 순간이 있다. 하지만 이 위로라는 것은 올바른 방법을 찾기 쉽지 않다. 그런데 내 옆에 위로 따위 없어도 나를 웃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따뜻한 사랑으로 채우는 결핍. 이에 대해 말하는 영화, 오늘 소개할 영화는 이다.


출처:violetsky.net


 영화의 주인공인 애나(탕웨이)는 남편을 죽였다는 죄로 교도소에 7년간 수감 중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모친상으로 인해 3일동안 교도소 밖을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시애틀 행 버스를 탄 애나. 그런데 급하게 버스에 올라탄 남성에게 30달러는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바로 오늘의 또 다른 주인공 훈(현빈)이다. 급해 보이는 남성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이 남성은 계속 말을 걸었다. 게다가 비싸보이는 시계와 번호가 적인 쪽지까지 쥐어주며 전화하라고 했다. 하지만 애나는 쪽지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나아간다.

 하지만 둘은 우연히도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 딱히 기댈 곳 없던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며 둘은 점점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시간이 갈수록 둘은 서로에게 잊지 못할 짙은 안개가 되어간다. 훈은 고객의 남편에게서 쫓기고 있었고, 애나는 자유를 즐기면서도 범죄자라는 아우터를 벗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러던 중 생긴 둘의 만남, 그리고 감정이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게 된다.

 영화 중간에 훈이 아는 유일한 중국어가 언급된다. 바로 '좋아'라는 뜻의 '하오'. 그리고 애나로 인해 알게된 '안 좋아요' 라는 뜻의 '화이'. 이 장면에서 애나는 자신이 왜 감옥에 들어왔고, 어떤 결핍과 상처를 겪었는지 중국어로 설명한다. 하나도 못 알아듣는 훈은 그저 자신이 아는 '하오'와 '화이'라는 말로 계속 대꾸를 해준다. 자신의 결핍을 얘기하는 동안 상대가 나에 대한 치부를 알게될까 하는 걱정도 없고, 계속 웃으며 대꾸해주는 훈을 보며 애나는 조금씩 홀가분해지고 있었다. 자신이 진심으로 기댈 수 있는 사람을 만난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3일밖에 없었다. 바로 다음날, 애나가 돌아가야 할 시간이 왔다. 훈은 작별인사로 첫만남 때 주었던 시계를 다시 애나에게 건냈다. 그리고 애나가 버스에 올라타고 애나는 차마 훈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그런데 훈은 그 자리에서 애나를 보내지 않고, 결국 버스를 따라탄다. 그리고 애나에게 처음 본 사람인 척 대화를 시도한다. 그제서야 애나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 장면에서 그냥 둘의 첫만남 시점을 재연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애나는 자신이 교도소로 돌아간다는 것을 훈이 알고 그냥 범죄자랑의 만남으로 기억될 것이 무서웠을 것이다. 그런데 훈이 아무렇지 않게 모르는 사람처럼 대화를 시작함으로써, '그래도 난 너를 사랑해'라는 안심을 준 것이다.

 그리고 이 둘을 도와주듯이 버스가 멈추는데, 훈은 자신을 쫓던 고객의 남편에게 잡혀간다. 그리고 어젯밤 만났던 고객이 자신과 헤어진 후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고, 자신이 용의자로 지목되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곧 경찰이 도착할 것이라는 말을 들은 훈. 그리고 훈과 함께 마실 커피를 사온 애나는 그가 경찰에 체포되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2년 후, 애나는 출소하고 훈과 헤어졌던 곳으로 다시 찾아간다.

 사실 훈은 마지막 인사를 하러 애나에게 갔었다. 그리고 '당신이 나오면, 여기서 다시 만날까요?'라며 꼭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했다. 그리고 카페에서 혼자 훈을 기다리는 애나. 이 마지막 장면은 편집없이 진행되었다. 그 덕분에 화면 밖의 사람 또한 훈을 기다리는 마음을 느끼게 해준다. 안 올 것 같았던 순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누가 들어왔다. 하지만 영화는 훈이 왔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그저 애나의 오랜만이라는 말과 함께 영화는 끝난다.

 이 영화는 '감성적인 멜로'라는 주제를 너무나도 아름답게 표현했다. 우선 애나는 중국인, 훈은 한국인인데 배경은 두 나라가 아닌 시애틀이다. 이 장소 자체가 둘이 그동안 스트레스 받았던 배경들을 치워주고 둘의 사랑만 비춰주고자 한 장치 같았다.

 그리고 둘의 공통된 언어인 영어로만 대화한 것. 다른 영화에서는 이러한 장면을 쉽게 보지 못했는데, 이 영화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영어로 하는 대화가 오갔다. 이 영화가 더 기억에 남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결국 영화에서 훈은 온 건지 안 온 건지 불확실하다. 애나의 말이 진짜 훈의 앞에서 하는 것인지, 그냥 혼잣말을 하는 것인지 모른다. 나는 이 영화의 결말이 오히려 더 이 둘의 만남을 아련하게 기억하게 해주고, 감상하는 사람에게 이 영화의 여운을 더 짙고 오래 느끼게 해주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이 글만 보기에 영화 는 아주 귀한 작품이다. 두 인물의 대화 속 의미, 훈의 사랑에 빠진 눈빛, 두 인물의 결핍 해소 과정 등 아주 소중한 장면의 연속이니, 꼭 영화를 직접 감상하고 짙은 안개 같은 둘의 사랑을 들여다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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