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여, 나 여기 부르고 있소

불국토를 향한 뜨거운 애틋함이 붉은 동백으로 변화하여

시리도록 잔인한 겨울을 뚫어 내고

따뜻한 강산의 봄을 고운 목소리 담아 부르고 있겠소

강이여, 나 여기 굽어 보고 있소

보리의 나라 염원하는 깊은 숨결로 첩첩이 쌓인 하늘 나라 뚫을 듯한 곧은 대나무로 변화하여

굽히지 않는 기개로 오롯이 어진 나라만 굽어보고 있겠소

나무여 나 여기 지키고 있소

의로운 삶을 각오하는 기상으로 사시사철 항상 같은 푸르른 소나무로 변화하여

철산 바위 뚫어내는 기운을 담아 여기 자연의 녹음을 지키고 있겠소

모성의 대지여 나 여기 품고 있소

빛보기를 포기해야 했던 맹인의 설움이 서른 세개 천안으로 변화하여

놓을 수 없는 전등과 같이 환한 손길이 되어 옥토와 사막 가리지 않고  따스히 품고 있겠소

사랑이여, 나는 바로 여기 있소

먼저 떠나가 사라진 동지들의 분신으로 변화하여

보리의 사랑  몰래 지켜내고 여기 이렇게 하늘님 오른편에

당당히 시립해 있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