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저희 외할머니가 94세로 돌아가실 때 16일간 곡기를 끊으셨다는 이야기를 댓글로 쓴 적이 있는데
돌아가신 후 찬찬히 생각해보니 할머니가 저희집에 오실 때(돌아가시기 4개월전)부터 준비를 하신 것 같아요.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부터 모셔오려고 말씀드려도 한사코 살던 곳에서 가시겠다고 고집하시던 분이
갑자기 저희집으로 내려오시겠다고 하시더니 옷가방과 간단한 소지품,평소 드시던 먹거리까지 챙겨서 오셨어요.
그 후부터 새벽에 일어나 기도(염불)하시고 절도 천천히 20번씩 하시면서 집안 청소도 도와주고 마당에 풀도 뽑으시며 지내셨는데(목욕도 등 밀어드리고 머리만 감겨드리면 나머지는 혼자서 다 하심),
특이한 것은 넉달 동안 고기부터 시작해서 그 다음엔 생선류를 안 드시더니 양도 차츰 줄이셔서 하루에 한끼만 조금 드시다가 결국 어느 날 목욕 깨끗이 하고 주위분들께 고맙다고 인사하신 후 이제 가야겠으니 다음날부터 밥 주지 말라고 하셨어요.
평소부터 당부하신 것도 있었고 할머니 말씀이 워낙 간곡하셔서 어미니와 함께 할머니 곁에서 기저귀 갈고 주물러 드리다가 한번씩 물을 드리려 하면 나중엔 고개를 돌려서 거부하시더라구요. 음식을 조절해 오셔서 그런지 보름동안 소변만 보셨는데 천기저귀를 만들어 갈아드릴 때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고, 가시기 전날 태변을 몇 번 보신 후에는 반듯이 누워서 아기처럼 주무시다가 새벽에 편안히 가셨습니다.
한평생 부지런하고 한번 시작한 일은 꾸준히 하시던 분인걸 알았지만 가실 때의 모습을 떠올리면 배움이 짧으셨어도 늘 지혜로우셨고 어느 청정한 수행자 못지 않게 마무리하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