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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23∼25일)을 앞둔 상황에서 일본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은 물론 미국까지 자극하는 ‘막 나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미·일 관계가 삐걱거리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1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의 봄 제사에 공물을 보낸 데 이어 22일에는 초당파 의원연맹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146명이 춘계 예대제(例大祭) 중 야스쿠니를 집단 참배하면서 정부 차원의 도발을 이어갔다.

이들 의원의 행보는 아베 총리가 올해 초부터 미·일 관계 정상화를 위해 애써 온 가운데 터져나왔다. 특히 일본이 오바마 대통령 방문의 격을 놓고 실랑이를 벌인 가운데 미·일 관계에 어떤 이상징후가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미국 정가는 물론 여론이 아베 총리가 공물을 보낸 데 대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이미 보낸 상태에서도 이런 막 나가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미·일 관계의 ‘균열’을 진단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일본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가 좌절된 것에 대한 불만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이 오바마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을 향해 강한 경고와 견제의 메시지를 보내기를 희망하지만 중국과의 적대적 관계를 피하려 애써 온 오바마 행정부는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힘에 의한 현상변경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포함하는 데는 동의하되 ‘센카쿠(尖閣)’를 명기하는 데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는 게 일본 언론의 지적이다.

외교부는 이날 논평에서 “바로 전날 아베 총리의 몰역사적 행위에 대해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일본 정치인이 집단적 야스쿠니 참배에 참여한 것은 국제사회 여론을 개의치 않는 것으로, 다시 한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는 선린관계를 해칠 뿐만 아니라 일본 스스로 국제사회의 고립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25일부터 1박2일로 예정된 한국 방문에서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에 대한 위로를 표하고 전폭적인 수습 지원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