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죽어야만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기어코 살아남고자 하는 인간에게 타인이란 없다...

오직 자기 자신과 자기 자신을 보호해줄 도구들만 존재한다...

왜냐하면 살고자 하는 인간은 위험으로부터 공포를 느끼면...

자기가 살기 위해서 결국은 상대를 죽일 것이기 때문이다...

잠재적 살인자들이 가족, 동료, 심지어 애인이라는 이름으로...

바로 내 옆에서 아무 일 없다는듯이 숨 쉬고 있다...

인간은 그저 겁에 질린 짐승처럼 세상에 남아있을 뿐이다...

그것은 언제든지 수틀리면 곧바로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린다...

대인공포증이나 사회공포증이 정녕 질병이라 불리워야 하는가...

오히려 그들은 예민하게 인간세상의 본질을 간파하고 있는 것이다...

뻔뻔스러운 살인마들이 도리어 정상인이라는 이름으로...

거침없이 세상을 횡행하며 자기 필요에 따라 타인을 마음대로 휘두른다...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말이 당연한 상식으로 유통된다...

오히려 이 세상의 끔찍한 잔혹함에 순진하게 의구심을 제기하는 자를...

정신병자나 부적응자로 몰아서 인격살인하는 것을 정당하다고 한다...

이런 자들이 태연하게 자신은 양심적이고 도덕적인 인간이라고 자부한다...

세상에서 죽은 자들만이 서로 사람으로 만날 수 있다...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세상에 남아있지 않는 한...

인간을 만나는 것과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있는 것은 전혀 다를 것이 없다...

오히려 컴퓨터를 상대하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한 생존방식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