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본인의 어머니께 들은 이야기이며
어머니가 처음 시집와 잠시 시골에서 시집살이 하실때
시할머니(본인에겐 증조할머니)께 들은 직접 겪으신 경험담이라고 하신다.
이야기는 증조할머니 시점이다.



처음 시집을 와보니 산중턱의 작은 마을.

나름 마을 어른의 집이라 마을 높은 곳

배산임수 위치에 기와집이더라.

시골 깡촌이라 전기도 제대로 없던 시절이라

해가지면 집뒤 야산이 으스스 하더라.

처음엔 별 이상한 기운을 느끼지 못했는데

기와지붕위로 우당탕하고

부엌일을 할땐 그릇들이 위치가 바뀌고

닫아 뒀던 솥뚜껑이 열려있고

집기들이 어지러지고 그랬다더라.

처음엔 고양이나 산짐승 짓인가 했는데

곧 실체를 알았으니 도깨비더라.

이 놈들이 해질때즘 되면 어디서 슬슬 나타나

지붕위며 처마 끝에 매달려 기웃거리고

문지방 앞에 떡하니 서서 살피더라.

새색시는 무서워 못본체 혼자 바들바들 떨었고

이놈들은 봉통 2-3놈, 많게는 5-6놈까지 나타났다.

생긴건 탱화에 나오는 신장마냥 부리부리 큰눈에 지저분한 수염이 났으며

조각상 마냥 표정은 없더라.

피부는 푸르댕댕하기도 검붉기도 했으며

덩치는 손바닥만하기도 황소만하기도 했다.

하루는 집안에서 빨래를 게는데

여태 집안으론 들어오지 않던 도깨비가

두다리는 툇마루밖에 그대로 둔채

허리가 주욱늘어나 두팔로 기어들어 오더라.

새색시는 너무 무서워 시할미에게 하소연 하였고

시할미는 화가나 허공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러고 새색시에게 이르길

도깨비가 어린 여자가 새로 들어와

호기심에 기웃거린다.

무서워하면 장난도 짓궂어지니 호통을 쳐야한다.

그 후 새색시는 속으론 무서웠지만

도깨비들이 기웃거릴 때마다

질끈 눈 감고 버럭 호통을 치니

이놈들이 주먹만하게 쪼그라들아 숲으로 돌아가더란다.

그렇게 시골 삶에 적응하고 보니

더이상 도깨비들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