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김미영 팀장'이라는 가명으로 수백억원의 보이스피싱 범죄를 일으킨 박모씨(54)가 필리핀 교도소 탈옥 후 한 달간 행적이 묘연한 상태다.
이날 13일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코리안데스크는 현지 이민청 도피사범추적팀(FSU)과 함께 박모씨를 검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현지 필리핀 경찰 부서에 우리나라 경찰관을 파견하여 한인 관련 사건을 전담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박씨의 신속한 검거를 위해 당국에서도 필리핀 관계기관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라며 "필리핀 전역의 지방 정부와 경찰이 박씨 추적을 위해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탈옥 후 한 달이 넘는 지금까지 박씨의 행적은 묘연한 상태다. 박씨의 행적이 오리무중에 빠진 만큼 주변국 밀입국 가능성 또한 제기되고 있다. 만약 박씨가 다른 나라로 도피했을 경우 사태는 더욱 장기화될 전망이다.
사진=KBS뉴스
박씨는 지난 5월 1일 필리핀 나가시 카마린스 수르 교도소에서 한국인 신모씨와 함께 탈옥했다. 박씨는 2012년부터 이른바 '김미영 팀장' 명의로 전화, 문자를 통해 금융기관을 사칭하는 수법으로 필리핀 현지에서 '보이스피싱'을 저질렀다.
특히 박씨는 사이버수사대 경찰 출신으로 밝혀져 세간에 더욱 큰 충격을 안겼다. 그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근무하다가 2008년 뇌물 수수 혐의가 발각돼 해임됐다.
박씨는 경찰 재직 당시 조직 폭력배들에게도 거침없이 수사하는 등 강단있는 성격으로 유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임된 이후 동료 경찰들과 모두 연락을 끊고, 재직 시절 알고 지내던 범죄자들과 어울렸다고 전해진다.
필리핀 교도소 "CCTV 없어서 탈옥 상황 모르겠다"
사진=KBS뉴스
이후 박씨는 불법 다운로드 공유 사이트 등을 운영하다가 2012년 본격적으로 보이스피싱 거점을 필리핀에 마련했다. 소위 '김미영 팀장'이라는 이름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문자를 보내 불법 대출상담을 진행하였으며 이를 통해 수백억원을 편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경찰은 국내 조직원 28명 검거에는 성공했지만, 이미 필리핀으로 도피한 박씨와 주요 간부들은 9년 동안 검거하지 못했다. 다행히도 2021년 10월 필리핀 수사기관과 긴밀한 협조 끝에 현지에서 박씨 검거에 성공하는 쾌거를 올렸다.
그러나 박씨의 국내 송환 절차는 2년이 넘도록 지연되었고 그 사이 박씨 일당은 탈옥에 성공하고 말았다. 경찰 출신으로 경찰 심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박씨는 이를 이용해 한 달 넘게 도피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외교부는 지난달 필리핀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직접 공적 서한을 전달하며 탈옥한 박씨에 대한 조속한 검거와 재발 방지 등을 촉구했다. 김미영 팀장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사건인 만큼 이례적으로 타국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형사 사건 피의자 검거를 위한 서한을 보낸 것이다.
다만 필리핀 교정당국은 해당 교도소에는 CCTV가 없어 탈옥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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