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환범선임기자]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지은 2위 NC의 강점은 뭐니뭐니해도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중심타선이다. 지난해 시즌 MVP이자 홈런 선두인 4번타자 에릭 테임즈를 비롯해 나성범~박석민~이호준으로 이어지는 3~6번 ‘나테이박’타선은 정확도와 파괴력 모든 면에서 상대를 공포로 몰아넣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NC는 테임즈가 음주운전 징계로 포스트시즌 첫 경기에 뛸 수 없게 돼 최강의 중심타선 가동에 제동이 걸렸다. 잔여경기와 포스트시즌 한 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아 플레이오프 2경기부터 출전이 가능하다고 해도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그래서 중심타선 중 왼손 클러치 역할을 책임져야할 나성범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나테이박’타선은 좌타자 나성범 테임즈, 우타자 박석민 이호준으로 이뤄져 있다. 테임즈가 빠진다면 나성범이 중심타선의 유일한 좌타로 중심을 잡아줘야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문제는 나성범의 타격 컨디션이 최고가 아니라는 점이다. 올시즌 3일까지 팀이 치른 139경기 전 경기에 출장해 0.314의 타율에 22홈런 115득점 110타점으로 리그 최고수준의 활약을 펼쳤지만 다소 기복이 있다는 게 아쉽다. 특히 9월엔 24경기에서 홈런 없이 타율 0.250에 8타점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최근 10경기에서 32타수 10안타 타율 0.315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홈런과 타점은 없다는 게 아쉽지만 맞아 나가기만 한다면 언제든 타점과 홈런은 충분히 생산될 수 있다.

나성범은 올해까지 3년연속 3할에 100타점을 기록하며 리그 최고수준의 강타자라는 평가에 걸맞는 활약을 펼쳤지만 지난 2년에 비하면 홈런수는 가장 적다. 무엇보다 월별 타격 컨디션의 기복이 심했다. 6월까지 3할 타율을 유지했지만 7월엔 타율 0.189로 극도의 침체에 빠졌다. 8월에 다시 타율 0.358로 고공비행을 하는가 싶더니 9월에 다시 부진에 빠졌다. 그런데 9월의 부진은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7월의 부진과는 그 내용이 조금 다르다. 타격감이 분명히 떨어진 게 이유이기도 하지만 보다 높이 날기 위해 타격자세에 미세한 조정을 가하면서 생긴 과도기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나성범은 타고난 파워에 엄청난 훈련으로 무장해 투수에서 타자로 뒤늦게 전환한 선수이면서도 뛰어난 타격재능을 보여줬다. 하지만 짧은 타자 경력에 비해 변화구 대처능력이 탁월한 반면 수준급 빠른 직구, 특히 내외곽을 찌르는 속구에 약점을 보였다. 타격시 공을 강하게 때린다는 느낌보다는 밀고 나가는 듯한 타격 메커니즘의 영향 때문인데 이 부분을 코치들과 함께 보다 간결하게 스윙하는 방향으로 수정해 나가고 있다. 지금의 타격폼으로도 웬만한 공을 다 때려낼 수 있지만 보다 수준 높은 투수들의 속구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포스트시즌에는 단기전의 특성상 최고수준의 투수들을 상대해야 한다. 또 자신의 꿈인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서도 강속구에 대한 대처능력을 좀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속에 부단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나성범은 “제구가 된 직구에 약점을 보인 가장 큰 이유는 선구안인 것 같다. 공격적인 성향 때문에 이것저것 나쁜 공에도 방망이가 나가는 경향이 있다. 스윙폼을 간결하게 하는 것과 더불어 선구안을 보다 향상시키는 쪽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성범은 지난해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는 5경기에서 홈런 없이 타율 0.265에 그쳤다. 테임즈 역시 홈런은 없었지만 타율은 0.375를 기록했다. 어깨가 더 무거워진 나성범이 과연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는 어떤 활약을 펼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