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기초수급자도 가능한 공공근로 일자리
기간제로 하게 되었음
숙노 하는거마냥 5분 정도 할 일 설명 받고
곧바로 투입 되서 쓰레기 줍고 다님

첫날 간 곳은 휴양지 해수욕장 산책로였음
산책로 아래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일인데
무슨 쓰레기가 그렇게 많은지

우리 사는 거리가 깨끗한 이유는 누군가 고생해서
만든거였음 소중한 사람들이 묵묵히 굳은 일을
해서 거리가 깨끗한 거였네 고마운 일이다

누군가 청소를 안한다면 거리는 쓰레기 더미가
될거다

바다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치우지 않으면
쓰레기가 쌓이고 쌓여서 엉망일거다

단순하게 지나칠때 모르는 사실을 세삼
깨닫게 되는 하루다

치운 장소는 엄청나게 깨끗한데 안 치운 곳은....
해초에 잡 쓰레기에 난리도 아니다

아무 생각없이 일하다가 퇴근길에
생각나서 사진 몇개 찍어봄

치운곳은 말끔 내일 치워야할 곳은 쓰레기
해초더미임 ㅋㅋ 사람들이 내는 세금은
이런데 쓰이구나 마냥 나쁘진 않은데?

쉬는 타임에 다들 간식 꺼내 먹는데
나만 멀뚱멀뚱 앉아 있었다

사실 밥이랑 김치 도시락으로 싸왔는데
꺼내기가 부끄럽더라

조용히 앉아서 쉬었다 그런 내가 바보 같았다

문득 어린 시절 소풍날이 떠오르더라

친구들은 부모님이 정성스럽게
싸주신 도시락 가져오는데 나 혼자
빵 가져왔을때의 씁쓸함이랄까..

묘한 수치심에 굶었던적이 많았다

소풍은 나에게 달갑지 않은 추억이다

지금도 변한게 없네 아직 창피한게 남아있더라
당당히 꺼내 먹으면 되는데 뭐가 그렇게
초라하게 느껴진건지 수행이 덜 됐나보다

아직 20대다 부끄러운건 부끄럽고
창피한건 창피한거 같다

나이가 조금 더 들면 철이 들려나...

중간에 어지러워서 30분 정도 쉬었는데
지병 이야기 하니까 너그럽게 봐주시더라

좀 창백해 보였는지 아주머니 한분께서
그음료수랑 방울 토마토 몇개 주고 가서
낼름낼름 쳐 먹었다

다음에는 물이라도 챙겨가야지 목 말라 죽는줄ㅠㅠ

그리고 바닷가에서 일하는거라 두렵더라
불안장애가 좀 심하게 왔었다

갑자기 쓰러졌는데 물에 빠지면 어쩌지?
죽는거 아닐까 죽는거 아닐까 죽는거 아닐까

머리 속에 이 생각만 맴돌고 일 집중이 안됐었다

이 병신같은 트라우마는 사라지지도 않는다

그래도 이겨냈다 어떻게든 하루를 끝 마쳤다

모두가 떠난 자리에 조용히 남아서
가져온 도시락을 꺼내 먹었다  

배가 많이 고팠는데 무작정 참았다

도시락 통은 쓰레기 통에서 주워둔건데
제법 쓸만하게 쓰고 있다

밥 김치라 그런지 5초만에 뚝딱먹고 일어섬

몇일동안 밥김치만 먹었더니 띵하네
그래도 사료보단 낫지 싶어 견내낸다

공공일자리는 가불이 안되서 지랄맞다
5만원 있는데 차비 해야해서 쓰기도 뭐하고
수급일까지 프로 궁핍러 생활 시작이다ㅋㅋ

그래도 월급 나오면 치킨각이라서 그거보고
일한다

퇴근하고 씻고나서 좀 쉬다가 5분 걸어
나와서 글 남긴다 번화가가 아니라서
와이파이 찾는거 엄청 빡셈ㅠㅠ

일은 수요일에 다시 나간다 주 3일 근무임

피곤해서 자러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