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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로 먹고 사는 시대, 코로나 이후엔 끝난다

계젠(185.56) 2021.08.02 09:55:31
조회 447 추천 5 댓글 4
														
https://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23&aid=0003628861
“수출로 먹고 사는 시대 코로나 후엔 끝난다” 세계적 경영학자의 경고

세계적 경영사상가 헤르만 지몬 인터뷰

수출의 시대가 저물어 간다. 물건을 만들어 보내는 대신, 돈과 데이터를 보내 현지에서 물건을 만들어 공급하는 것이 대세가 된다. 인건비가 싼 곳, 원자재가 싼 곳을 찾아 전 세계가 분업하는 세상이 끝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독일의 경영사상가 헤르만 지몬(Simon) 박사가 내다본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post-corona·신종 코로나 이후)’ 시대의 세계경제다. 그는 지난 5일 Mint 화상 인터뷰에서 “수출이 GDP(국내총생산)의 2배에 달했던 초(超)세계화(hyper-globalization) 시대가 끝나고, 이젠 탈(脫)세계화(de-globalization)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FDI(외국인 직접 투자)를 통한 (소비국) 현지 생산이 늘면서 수출은 줄어들고, 이에 따른 세계 경제의 구조 조정이 가속할 것”이라고 했다.

부존자원 없이 오직 인재와 노동력에 의존한 수출 경제로 선진국의 반열에 막 오른 한국에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이미 반도체와 자동차, 전기차 배터리 등 주력 산업이 미국과 유럽 등 해외로 옮겨가는 조짐이 나온다. 그냥 흘려듣기엔 그의 이름값이 무겁다. 지몬 박사는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중소기업과 이들의 성공 비결에 대해 쓴 명저 ‘히든 챔피언’으로 세계적 유명세를 얻은 경영학자다. 독일 본 대학에서 경제·경영학 박사 학위를 딴 뒤 미국 하버드·스탠퍼드·MIT,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 등에서 강의해 왔다. 2019년엔 세계 최고 경영사상가 50명을 추린 ‘씽커스 50’에 뽑히면서 ‘유럽의 피터 드러커(현대경영학의 창시자)’란 별명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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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헤르만 지몬 박사가 공개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그는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강소기업을 뜻하는 ‘히든 챔피언’의 개념을 처음 제시한 인물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지몬-쿠허 앤드 파트너스의 창업자이자 명예회장이기도 하다.

“FDI와 데이터가 수출을 대체한다”

UNCTAD(유엔무역개발회의)가 지난달 발표한 ‘세계 투자 보고서 2021’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FDI 규모는 1조달러(약 1142조원)에 불과했다. 과거 최고치였던 2016년의 2조달러에서 4년여 만에 반 토막이 났다. 특히 2019년의 1조5400억달러에 비하면 35% 급감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해외 투자를 더욱 얼어붙게 한 것이다. 지몬 박사는 “(최근 급감한) FDI가 조만간 빠른 속도로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단순히 세계 경제의 해외 투자 심리가 회복돼서가 아니다. 팬데믹 이후 줄어든 국가 간 교역을 대신 메우기 위해서다.

“기업들은 (팬데믹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알게 됐습니다. 그 대안은 원자재나 부품을 직접 수급할 수 있는 해외에 생산 기지를 세우고, 독립된 현지 법인을 통해 운영하는 겁니다. 즉 본사가 있는 국내에 투자하는 것이 아닌, 수요처나 원자재가 있는 해외에 투자한다는 것이죠. 이렇게 하면 반도체 공급난 같은 사태를 피할 수 있습니다. (미·중 갈등같이) 점점 첨예해지는 국제정치의 영향에서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과거라면 첨단 기술 공장을 해외에 세우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5G(5세대 이동통신)와 3D(3차원 프린터) 등 첨단 기술의 발전이 이를 가능케 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보내 지구 반대편 공장에서 (3D 프린터로) 물건을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더는 제품의 국가 간 이동이 필요 없게 되는 것이죠. 이는 글로벌 공급망(GVC)이 (부품과 원자재의 흐름이 아닌) 데이터 흐름의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몬 박사는 “요즘 출장이나 대면 회의 없이도 기업이 잘 굴러가는 걸 보고 꽤 많은 CEO(최고경영자)가 ‘기적 같다’는 말을 한다”고 했다. 이런 경험은 단순히 놀라움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외 지사나 인력에 더 많은 자율권을 줘도 되겠다’는 기업 오너와 전문 경영인들 사이의 ‘공감대’로 이어지고 있다. “더는 본사가 어디인지 중요치 않아요. 이제 세계적인 기업의 CEO에게 중요한 건 ‘우리가 잘하는 산업’에 최적화된 지역을 찾아내는 겁니다. 예컨대 AI(인공지능) 산업이라면 중국, 전자 제품이라면 한국이나 대만, 소프트웨어라면 실리콘밸리가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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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집권·엘리트 교육이 문제”

“FDI와 데이터가 수출을 대체해 갈 것”이라는 이야기는 자연스레 몇몇 수출 대기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한국 경제의 고속 성장은 대기업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하지만 여전히 삼성과 LG 등 몇 개의 거대한 채널(대기업)에 너무 많이 의존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하던 노키아 몰락 후 나라 전체가 흔들린 핀란드의 사례가 얼마든지 재현될 수 있어요.

그는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쳐 한국 정부 부처에 글로벌 강소 기업(히든 챔피언)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고 했다. 하지만 성과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다. “별로 성공적이지 못했어요. 지금 한국 정부에는 (히든 챔피언을 키울) 의지(willingness)나 힘(power), 결정(decision) 등이 전혀 보이지 않아요. 반면 중국 정부는 올해 2월부터 히든 챔피언 1000개를 육성하는 정책을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투자하는 돈만도 13억달러(약 1조4860억원)에 달하고요.”

지몬 박사는 “한국이 히든 챔피언을 키워내려면 정부의 산업 정책과 더불어 지방분권화와 교육 개혁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18년 출간한 자신의 자서전에서 히든 챔피언이 부족한 나라로 프랑스를 꼽으며 ‘중앙집권화된 국가’와 ‘엘리트 교육에 대한 지나친 중시’를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수도권 중심으로 발전한 경제와 명문대 중심 교육으로 인해 전국에 산재한 유망 중소기업에 제대로 된 인재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구의 4분의 1이 수도와 그 주변에 살고, 그랑제콜(Grandes écoles) 같은 명문대에 입학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프랑스와 한국은 상당히 비슷합니다. 특히 한국인의 약 80%(OECD 발표 기준 69.8%)가 대학에 진학하는데, 이건 지나치게 높은 수치예요. 독일처럼 대학 교육 못지않게 내실 있는 직업 교육을 받는 이가 많아져야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 육성이 가능합니다.” OCED에 따르면 독일의 대학 진학률은 2019년 기준 33.3%로 한국의 절반 이하다. 하지만 전 세계 3400여개에 달하는 글로벌 강소 기업 중 독일의 점유율은 46%로 한국(0.64%)의 72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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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지몬 박사의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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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지몬 박사의 제언

“최고 기업은 한 가지에 집중”

이렇게 변화해 가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기존 기업들이 계속 선도 기업으로 자리 잡으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지몬 박사는 “이제는 하나의 기술이나 사업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목표 시장을 좁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바꿔 말해 아무리 작은 시장이라도 하나에 집중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의 압도적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초격차’ 전략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그는 독일의 두 강소 기업을 예로 들었다. 원격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팀뷰어(TeamViewer)와 AI(인공지능) 번역 기술 업체 딥엘(DeepL)이다. 팀뷰어는 원격 소프트웨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제품으로, 25억대 이상의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에서 쓰이고 있고, 딥엘의 번역 서비스는 미국 구글의 번역 AI보다 높은 정확성을 인정받으며 전 세계 10억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사업 다각화를 하면 위험을 분산할 수 있지만,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주력 시장에 대한 장악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차라리 판매 시장을 전 세계 여러 국가로 넓히는 방식이 위험 분산에 유리합니다.

지몬 박사는 “이러한 강소 기업 간의 국제적 협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는 것도 가능하다”고도 했다. 네덜란드 기업 ASML이 독점하고 있는 EUV(극자외선) 반도체 생산 장비 시장이 그 예다. ASML의 장비를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에 따라 한국 삼성전자와 대만 TSMC 간의 세계 시장 점유율 순위가 뒤바뀔 만큼 ASML은 시장 자체를 ‘지배’하고 있다. “이런 시장 지배력은 ASML만의 힘으로 이룩된 것이 아닙니다. ASML 장비에 들어가는 독일 자이스(Zeiss)의 광학 렌즈와 독일 트럼프(Trumpf)의 레이저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죠. 중소기업 하나로는 감당하지 못할 복잡한 기술이라도 분산해서 담당하면 얼마든지 독점적 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강소 기업에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오랜 역사다. 독일 자이스는 1846년에 창업, 올해 175주년을 맞았고 독일 트럼프는 1923년 창업, 곧 100주년을 맞는다. 공교롭게 두 기업 모두 가족이 대를 이어 소유 혹은 경영하고 있다. 지몬 박사는 “독일 히든 챔피언들의 공통된 특성을 연구해 보니, 자신(CEO)과 기업을 동일시하는 가족 기업 특유의 일관되면서 강력한 리더십이 주요 특징이었다”면서 “이런 기업들을 키우려면 지나치게 높은 상속세 제도를 완화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독일에도 물론 상속세가 있습니다. 하지만 상속자가 10년간 회사를 계속 운영하면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세대가 변할 때마다 30%씩(독일 최고 상속세율) 상속세를 거두면 중소기업은 발전할 수 없습니다.” 기업 승계 시 높은 상속세를 매기면 세금을 내기 위해 대기업이나 금융 자본에 기업을 팔거나, 상속세를 낼 돈을 마련하려 회사의 이익을 기술 개발이 아닌 주주 배당에 쏟아붓게 된다. 현재 한국의 상속세율은 최고 60%로, OECD 국가 중 1위다.

최고 인재 뽑아 함께 성장해야

지몬 박사는 경영학자일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경영인이기도 하다. 제자 두 사람과 함께 1985년 마케팅 전략 및 경영 컨설팅 기업 ‘지몬-쿠허 앤드 파트너스’를 설립해 36년째 이끌어가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전 세계 25국 41개 지사에 직원 1600명을 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골드만삭스와 인텔, 존슨앤드존슨, BMW 등 포천 500대 기업 중 100곳 이상이 고객이다.

그는 경영인이자 컨설턴트의 입장에서 기업 경영에 대한 직설적 평가와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가장 강조한 것은 ‘인재’였다. 지난해 가장 큰 주목을 받은 미국 전기차 제조 업체 테슬라에 대해 묻자 그는 “10점 만점에 8~9점을 줄만한 혁신 기업”이라면서도 일론 머스크 CEO의 경영 방식에 대해서는 “의문스럽다(questionable)”고 했다. 그는 테슬라의 경영진과 직원들이 최근 잦은 이직을 하는 것을 우려스럽게 보고 있었다. “거물급 경쟁자들이 전기차 분야 진출과 투자를 늘리는 상황입니다. 인재들의 잦은 이직은 테슬라가 혁신을 이어가는 데 큰 장애물이 될 겁니다.”

그는 “기업가는 화가(畵家)와 달라서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훌륭한 인재를 지속적으로 유치하고, 회사와 함께 성장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진 두 장을 꺼내 들었다. 지몬 박사를 비롯해 초기 회사 설립을 함께한 제자 4명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자세, 같은 구도로 각각 1987년과 2015년에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 속 40세의 지몬 박사와 젊은 제자들은 이제 60대 이상이 됐다. 30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한 것이다. 그는 “이들과 평생을 함께하며 회사를 키운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했다.

* 아래의 동영상 박스 가운데 있는 ▷모양을 클릭하면 영상이 시작됨.


https://youtu.be/dEJuE_E1f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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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서 아시아적 가치를 버리고

기업 운영에 게르만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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