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1층 높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광대가 있었다.

광대는 외줄 위에서 여러가지 재주를 부려 약간의 돈을 벌었다.

그러다 생각했다.

이런 재주를 아파트 10층 높이에서 부리면 지금보다 돈을 10배는 더 벌 수 있지 않을까...

내 재주가 좋고, 내 담력이 세고, 10층을 1층이라 생각하면 아무 문제 없지 않을까... 

그래서 광대는 아파트 10층 높이의 외줄에 올라갔다.

하지만, 자신만만했던 광대는 허우적거리다 떨어지고 말았다.

아파트 10층 높이에서 순간순간 부는 바람은 1층 높이의 10배였고 

무엇보다, 떨어지면 죽는다는 두려움이 몸을 굳게해서 외줄위에서 균형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광대가 1층 높이의 외줄에서 신나게 재주를 부릴 수 있었던 것은 광대의 타고난 재주나 담력이 아니라   

바닥의 푹신한 흙이 떨어져도 죽지않을거란 믿음을 줬기 때문이란걸 그제서야 알았다. 

내가 그랬다.

소액으로 주식 시작해서 용돈좀 번 것을 내 실력으로 착각해서 통장에 있는 돈 전부를 주식에 넣었다.

그리고 처음 몇번은 정말로 지금까지 벌던 용돈의 10배를 벌었다.

그러다 한번 크게 손실을 보니 그때부터는 신중해지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얻은 수익이 다 날아가고 원금에 손실이 생기기자 원상복구하려는 마음에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적은 수익에 만족하고 손절해야하는데도 조금이라도 더 먹어서 원금을 회복하려는 마음에 시간만 끌다 큰 손해를 보고 말았다.

그때서야 알았다. 

내가 소액으로 주식해서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내 재주가 좋고, 내 담력이 세고,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통장에 들어있는 돈이 

주식으로 소액 정도는 잃어도 죽지 않는다는 믿음을 줘서 겁없이 까불 수 있었기 때문이란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