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작년에 전역하고 

근 1년간 틈만나면 설거지론 생각나서 존나 우울해가지고 진짜 기분 개좆같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거든

설거지론을 자각하고 난 뒤에 생기는 갖은 잡념과 의혹은, 그냥 섹스라는 현상의 존재를 처음 알게된 어린 소년의 심리 같은거야

그런 게 존재할리가 없다며 부정도 해보고, 주변 사방팔방에 다 대입해보기도 하는거지 

"야.. 그럼 쟤네도 섹스하고... 부모도 섹스하고... 학교 선생도... 버스기사도... 동물도... 전부 섹스 중독자 아니야...? 다들 섹스를 위해 사는 건가?"

이렇게 섹스에 더 집착하고 자꾸 섹스에 관한 생각만 하게 된다.

너희 지금은 이렇게 틈만 나면 섹스가 존재한다는 현실에 대해 고찰하지 않지? 호르몬 펌핑중인 사춘기 소년이면 또 모르겠지만 

지금은 '성관계는 종의 보존을 위한 행동이고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번식의 법칙' 혹은 '당연한 규칙'같은거라고 생각하잖아

설거지론도 똑같아

그냥 순응하면 되는거야. 물론 퐁퐁단처럼 호구잡혀서 살라는 건 아니고

"은연중에 감춰져 있던 인간 생태계의 치부가 또 하나 드러났구나" 하고 순응하면 마음이 편해져

이 과정에서 완전 초식화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오히려 더 분발하게 되는 사람도 있겠지

설거지론이라는게 반박이 가능한 이론같은게 아니라 존재하는 현상 그 자체다 보니까

딱히 시원한 반박도 할 수가 없고, 혹시 내가 당첨되지는 않을까? 세상엔 설거지감만 남은 게 아닐까? 하며

사람 망연자실하게 만드는 파급력이 강하긴 한데

얼마 안가서 금방 괜찮아 질 거야

살아있는 생물의 원초적인 본능은 분명 종의 보존과 번영이지만

그게 자신이 지향하고 바라 마지않던 풍경과 다르다고 해서 너의 인생 전체가 무의미해지지 않는다.

매진하던 공부나 운동을 그만둔다거나 우울해 할 필요는 전혀 없어

설거지 법칙의 자각과 증명은, 오히려 허상에 집착하던 너의 욕구와 정신이 해방을 얻은 것이나 진배없는 소중한 경험이야

그냥 현상을 받아들이고 재밌게 살아

물론 퐁퐁단은 내 글 봐도 아무도움 안 될거야. 설거지 열심히 해

3줄 요약

1. 설거지론은 가정같은게 아니라 실재하는 현상임

2. 현상에 순응하되 휩쓸리지 마라, 망연자실해 할 필요도 없다

3. 퐁퐁단은 그냥 답이 없다. 너무 늦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