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유령이 한국을 떠돌고 있다. 설거지란 유령이.
한국의 지배 권력과 젠더 뒤에 숨은 이들이,
그리고 자신의 존엄을 져버리고 상실한 이들이,
이 유령을 잡고자 동맹을 맺었다.

설거지는 적나라한 이해관계, 무정한 현금지불 이외에
다른 어떤 관계도 남기지 않았다. 설거지로 이뤄진 가족관계란
순수한 금전관계로 정의된다.

설거지는 인간의 존엄을 교환가치로 녹여 버렸고,
인간의 자유를 오로지 파렴치한 종속관계로 정의했다.
자신은 행복하다며 난 저들과 달리 나아진 삶을 즐긴다는
자기 암시와 위로의 길을 걷게 한다.

설거지는 자신의 삶이 안정과 성공으로 나아갔다는 자위로
말미암아 이제 단순한 도구나 부품이 되었고, 매시간 자신을
질타하는 감독관같은 아내의 노예가 되었다.

설거지는 인류의 발전을 저해한다. 태초의 인류는 자연 구성원 대다수가 따르는 원시적 사회인 모계사회를 제도와 이성의 힘으로 굴복시켰다. 이를 부정함으로 문명을 일궈냈다. 그런데 설거지들은 왜 스스로 문명의 혜택을 누리면서 왜 이를 부정하는가.

설거지는 한 시대의 지배사상이자 지배 계급을 위한 것이다.
우리 사회는 설거지를 할 것을 강요하며 이를 벗어나려는 걸 막으려 들 것이다.

이제까지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도 설거지의 삶을 나아지게 하지 않는다. 자신이 더 벌어와도, 성형을 해도, 자신이 먼저 다가가려 해도 돌아오는 것은 외면뿐이다.

지배계급들로 하여금 설거지들의 반혁으로 벌발 떨게하라.
설거지들이 혁명에서 잃을 것이라고는 사슬뿐이요. 얻을 것은 전 세계이다. 만국의 식기세척기여, 단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