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착잡해서 내 감정을 토해내고 싶다

  일단 나는 강남 8학군 고등학교에서 전교 4-5등 하는 친구야. 반에서 1등하는데 수줍고 조용하지만 성격 좋은애 다들 한번씩 봤지? 내가 그런 부류야.

오늘 학교에 가서 우연히 설거지론을 듣게 되서 찾아봤는데 그게 내 가슴을 후벼파는거야. 그 이유가 뭐냐고? 지금 너희들이 놀리는 퐁퐁이 형님들의 과거가 지금 내 모습과 겹쳐지기 때문에.

힘든 공부, 연애 한번 못해본 나 자신. 다 참고 견딜 수 있었어. 나에겐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이 있었거든. 모두가 부러워하고 인정해주는 성적. 성공하고 행복한 길로 인도해줄거라 믿었던 학벌.

그런데 나와 같은 길을 걸어왔을 저 고학력자 퐁퐁이 형님들은 전혀 행복해보이지 않아. 오히려 할 고생은 다 하고 불행만 얻어가는거 같더라고.

이러나까 내 존재 자체가 부정되는거같아. 나는 '착하고 공부 잘하고 좋은 아이'임에 언제나 자부심을 갖고 살아왔는데 내 미래는 결국 성능좋은 식기세척기 같더라고

막말로 이제보니 우리반에 놀라오는 저 양아치 새끼가 나보다 한 100배는 행복해 보여. 맨날 내 앞에서 이쁜 애들 따먹은 얘기하고 있지, 누구보다 재밌게 놀고 있지, 그리고 지금 이렇게 인생을 즐긴 것에 대한 댓가도 치루지 않을 거 같아.

이렇게 글로 쓰니까 생각이 조금 정리되네.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