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와 실용적 중도주의

안철수 :

저는 이념의 가치를 무시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오히려 이념은 사람이 세상을 보는 세계관이므로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문제라고 여기는 것은 우리나라에 제대로된 이념을 가진 정당이 없다는 데 있어요. 우리나라는 산업화시대와 민주화 시대를 지나고 정보화시대를 거쳐서 이제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와 있는데도, 우리나라 기득권 정당들의 이념은 무려 40~50년 전인 70~80년대에서 딱 멈춰 있는 것이 우리의 불행이죠.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중도실용정치의 현대적 적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전적인 의미의 ‘실용’은 어떤 한 가지 이상적인 생각에 경도되지 않고, 지금 우리 눈앞에 있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바꾸는 일에 집중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이미 이명박 정부에서 실용이라는 말을 사용했기 때문에 다른 단어를 찾고 싶은데 아직 더 좋은 말을 찾지는 못했어요. 그래도 어쨌든 ‘실용’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 우리의 당면 과제들을 실사구시적으로 풀고 나간다면, 매우 중요한 관점과 해법으로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중도라고 하면 사람들이 가진 오해 중의 하나가 둘 사이의 중간에 어정쩡하게 서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중도란 중간에 있는게 아니라 ‘중심을’ 잡는겁니다.

현 상황에서 최선의 해법을 가진 진영이 있다면 그 해법을 택하고, 없다면 새로운 해법을 만드는 것입니다. [로마인 이야기]를 보면 균형 감각에 대한 구절이 나옵니다. 균형 감각이란 양쪽의 중간에 서 있는 정적인 개념이 아니라, 양극단의 장단점들을 제대로 잘 파악한 다음에 현실에 맞는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동적인 개념이라는 겁니다.

즉, 정확하게 중간에 서서 가만히 있는 게 균형 감각이 아니라,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적절한 지점을 끊임없이 찾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입니다. 정치에서의 중도도 이러한 동적인 개념으로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혁신 논쟁_안철수.진중권 지음_선을 넘다 116p.

철수형의 바람이 불어옵니다.

철수형의 바람이 불어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