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의 연애와 28살의 연애가 같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20살의 그녀는 '선물'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에 기뻐하지만,

28살의, 남자 친구를 하나,둘,셋. 

이렇게 세야하는 그녀는 '선물' 그 자체보다 선물이 얼마인가를 더 중요시 여김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보다, 

내 직업과 통잔잔고.

그리고 여행에 대해 물어보는 척하며 은근슬쩍 차가 무엇인지 떠보는 질문에서 무언가 불편함을 느낀다.

그래도 모른척하며 조금씩 친해진다.

몇 주 뒤에 모텔에 왔다.

섹스를 할 때,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은근히 경험이 있다는 게 티가 나거나 

인위적으로 서투름을 연기하는 게 보인다면

남자의 마음은 더욱 착잡해진다.

남자는 바보가 아니다.

여자가 휼륭히 연기를 하더라도 살을 맞대고 있으면 느껴지는 게 있다.

그렇기에 고민이 든다.

내가 이 여자를 데리고 앞으로 사는 게 맞는걸까?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와 공유지가 되어버린 여자를 단순히 마지막에 만났다는 이유로, 내가 책임을 져야하는 걸까?

이 여자의 과거를 전부 알고도 나는 끝까지 이 여자를 사랑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물론 내색은 하지 못한다.

여자의 과거를 묻는 건 찌질하다며 사회가 꾸준히 가스라이팅을 해왔으니까.

진심을 말한다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온갖 욕을 다 쳐먹을 걸 알기에.

그렇게 마음 한 구석에 어두운 응어리가 조용히 생겨난다.

이미 여러 남자를 거친 여자에게

내가 이십대를 써가며 만든 학벌과 스펙. 

앞으로 벌 돈

그리고 이후의 시간을 투자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기 시작한다.

결혼은 현실이란 프로파간다로

이 모든 걸 불문율처럼 받아드리라는 사회가 거북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이 여자는 내가 모르는 곳에서 다른 남자들과 

온갖 짓거리를 잔뜩 해왔을테니까.

애초에 나를 사랑하기는 하는걸까?

그저 나이가 찼으니 적당히 호구 하나 문게 아닐까?

의심은 커진다.

연애란 도화지와 같다.

이미 다른 남자들이 그린 그림.

그리고 그 비중이 커다란 도화지.

자신의 색으로 물들 곳이 없다란 걸 깨닫는다.

그곳엔 순수함이 없다.

가능한 티를 내지 않으려 한다.

쿨해보여야하니까.

하지만 조금씩 행동에서 드러난다.

작게 던진 투정도 어느 순간 받아주고 싶지 않다란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여자는 남자가 차가워졌다고 느낀다.

내 몸이 목적이었을까?

섹스를 했으니 만족했다 이건가?

시간이 지나도

착잡함은 안 없어지니

조금씩 사이는 멀어진다.

일 핑계, 집 핑계, 가족 핑계

마침 명분도 다양하겠다,

온갖 핑계를 대면서 마침내 헤어지자는 말까지 나오게 된다.

너는 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거야. 

라는 어디서 본 진부한 핑계를 대면서.

여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남자는 다 똑같아.

어리고 이쁜 여자만 좋아해.

라고 자기 스스로를 위안한다.

과연 단순히 어리고 이쁘다는 이유로 그들을 찾는걸까?

남자가 왜 차가워졌는가.

여자는 답을 알고있다.

하지만 인정하지 않는다.

과거는 고칠 수가 없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전부 알면서도 여전히 옆길로 새버려 다른 곳에서 답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