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갤문학]주붕이의 마지막 하루..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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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갤문학]주붕이의 마지막 하루..txt앱에서 작성

ㅇㅇ(118.235) 2024.10.08 21:32:37

조회 99 추천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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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붕이는 오늘도 익숙한 자리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어두운 방 안, 모니터에서 나오는 희미한 빛이 그의 피곤한 얼굴을 비췄다. 어제와 다를 것 없는 하루였다. 그의 손가락은 마치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듯, 익숙한 커뮤니티에 접속해 몇 자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한녀들 진짜…” 그가 쓴 글은 그동안 몇천 번, 몇만 번 반복해온 문구들과 다를 바 없었다.

그는 자신의 글을 한참 들여다봤다. 시간이 흐를수록 느껴지는 묘한 공허함, 어딘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도 손은 멈추지 않았다. 왜인지, 그는 매일 이런 글을 쓰지 않으면 불안했다. 하루가 온전히 채워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그가 느끼는 허무함은 점점 더 커져갔다. 글을 마치고, 천천히 고개를 들자, 방 안의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처진 눈, 깊게 패인 눈가, 그 안에는 피곤함과 지친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는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어딘가 벗어나고 싶었다. 방을 나와 한강으로 향하는 길은 익숙했다. 가끔 답답할 때마다 혼자 산책을 하러 가던 곳이었다. 밤바람이 차가웠지만, 그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아무 생각 없이 강변을 따라 걷던 그때, 문득 강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 그림자는 조금 달랐다. 뭔가가 있었다. 순간적으로 재기 형님의 그림자가 스치는 것 같았다.

재기 형님, 성재기. 남성 인권을 위해 온몸을 바쳐 싸우신 분. 남성의 권리와 불평등에 맞서기 위해 한강에서 스스로 몸을 던졌던 그분. 주붕이는 그를 ‘형님’이라 부르며, 그날 이후 줄곧 그의 뜻을 따른다고 생각해왔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그를 영웅으로 추앙했고, 주붕이에게도 그랬다. 그날 한강에서 성재기 형님이 자신의 목숨을 던졌던 이유가 남성들을 대변하기 위해서였다는 믿음은 그에게 큰 위안이 됐다. 그 형님이야말로 자신 같은 사람을 대신해 외쳐준 존재였다고, 주붕이는 줄곧 믿고 있었다.

그 강렬한 인상은 마치 그를 한순간에 정신없이 끌어당기는 듯했다. 그는 한참 동안 그 그림자를 바라봤다. 물 위에 일렁이는 그 모습이 자신을 부르는 듯했다. 그가 평소 인터넷에서 보던 그 이름, 그 상징이 오늘은 이렇게 강렬하게 다가오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 순간, 주붕이의 머릿속을 스치던 모든 생각이 하나로 수렴되었다. “그래, 나도 이렇게 끝을 내야지.”

어느새 그는 강가 끝에 서 있었다. 찬 공기 속에서도 그의 마음은 오히려 이상할 만큼 차분했다. 발밑의 물결이 서서히 그의 몸을 감싸는 상상을 하며, 재기 형님을 따라가는 길을 떠올렸다. 더 이상 이 세상에서 자신이 할 일은 없었다고 스스로 다짐하며, 그는 강물 속으로 몸을 던졌다.

찬물 속으로 빠져드는 순간, 모든 소리가 멈췄다. 주붕이는 눈을 감았다. 세상에 남긴 건 인터넷의 몇 줄 글뿐이었고, 이제는 그것마저도 의미가 없다는 걸 느끼며 그는 서서히 깊은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다음날 아침, 강변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의 시신을 발견했다. 얼굴은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차가웠고, 그의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은 그저 무심히 지나칠 뿐이었다. 그리고 그날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조용히 글이 올라왔다. “김주붕, 재기 형님을 따라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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