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발!"

분노에 가득한 포효가 8평 원룸을 뒤흔들었다.

33세 김한녀는 먹고 있던 마라탕 플라스틱 용기를 벽에 집어던졌다.

마치 여러번 해본 것인양, 김한녀가 던진 플라스틱 용기는 벽 중앙에 정통으로 꽂혔다.

플라스틱 용기에서 튄 새빨간 마라탕 국물은 벽지를 아름답게 물들이며 흘러내렸다.

요아정처먹고 남긴 민트초코맛 푸른 액체와 배달 레모네이드의 노란색 액체에, 마라탕의 열정적인 붉은빛까지 더해지니

김한녀의 원룸 벽은 마치 앤디 '워홀'의 팝 아트를 방불케 하는 멋진 할렘 그래피티 작품 그 자체였다.

"씨발 어떻게 트럼르가 당선되고 지랄이야!"

그렇다. 오늘은 미국 대통령 선거.

"씨발 이건 날조야! 부정선거라고! 엠비씨에서 해리스가 우세하다 했다고!"

김한녀는 현실을 뱓아들일 수 없었다.

아니 해리스의 패배는 받아들이면 안되는 것이었다.

멋지고 자랑스러운 '여성'인 카멀라 해리스의 패배가 너무 가슴아팠다.

그리고 사실, 그 무엇보다 김한녀의 마음을 찢어갈기는 것은 따로 있었다.

- 씨발 노괴들아 ㅋㅋㅋㅋㅋㅋ 트황상 당선이다 ㅋㅋㅋㅋㅋㅋㅋ

- 미국 땅 밟을 생각 하지도 마라 노괴줌마년들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마편 러시아워 스타트!

찢어죽여도 마땅치 않을 저 가증스러운 주갤도태남놈들의 웃음이 머릿속에서 백그라운드 재생되는 것 같았다.

"이 개씨발 주태남 베트남이나 빠는 튀기새끼들이 흑인여성을 비하해? 인종차별주의자 새끼들이! 죽여버리겠다노!"

인종차별 찬성과 인종차별 반대를 동시에 구사하는 김한녀. 그녀의 분노에 찬 대오각성의 외침이 오늘도 원룸을 가득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