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등에 올라탔다'는 기호지세(騎虎之勢)라 한다.

호랑이를 타고 돌진하는 것처럼 엄청난 힘과 기세라는 뜻이다. 보병이 일반적이던 시대에 기병은 현대 전차와 같은 위용을 자랑했고, 그 시기에 말을 탄 기병보다 강력한 힘과 기세를 비유적으로 표현했던 셈이다.

일반적인 현대인의 인식과 다르게 이 말이 나온 동북아 문화권에 서식하던 시베리아 호랑이는 평균 체중 200kg에 전장 3m가 넘는 괴물이다. 당대 서식지 파괴가 없어 풍족한 포식이 가능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300kg 이상에 준 중형 승용차 수준 전장을 가진 괴물 호랑이가 심심치 않게 존재했을 것이다.

당시 잘 먹인 동양 말은 평균 체중 200kg에 2m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원래 고양잇과 동물의 근육과 신경, 반응성이 달라서 체급이 같아도 호랑이가 압도적인 포식자란 점이다.

흉폭한 발톱과 이빨, 치악력, 근력, 순발력, 무게 밸런스를 고려하면 서구의 거대한 품종마도 호랑이 앞에서 무력하니까. 마차를 끄는 1톤 이상 샤이어 품종의 말이 와도 안되고, 체급과 전투 적합성 자체가 다른 다른 아프리카 물소조차 호랑이가 아닌 사자 선에서 컷이다. 

그러니까 '기호지세'란 말은 당대에 일반적으로 구현하거나 저항하지 못하는 절대적인 힘과 기세를 의미했다.

이건 권력의 속성과 닮아있다.

그건 돈과 명예를 모두 획득 가능하며, 다른 이를 강제하는 힘인 '권력'의 속성 때문이다. 그리고 권력이든 호랑이 등이든 일단 올라타면 엄청난 힘과 기세를 지닐 수 있지만, 결코 통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판박이다. 자신의 등 위에 인간이 올라타면, 맹수의 패왕 호랑이는 그것이 떨어질 때까지 발광을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올라타면 내 마음대로 내릴 수 없는 것이다.

강한 권력에 올라탈수록 엄청난 견제와 대립을 겪으며, 이 시점에 권력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하는 권력을 죽여야 하기 때문이다.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다. 마치 흉포한 호랑이 등 위에 올라탄 두 사람이 같은 서식지에서 마주한 것과 같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포악한 호랑이는 격돌하며, 진 쪽의 권력과 사람이 죽게 된다.

이건 역사에서 계속 반복해서 검증된 경향이다. 동일하게 유대인을 싫어하고 전체주의를 지향하던 나치 독일과 소련이 왜 싸웠을까? 단순히 히틀러가 미쳐서? 그렇지 않다. 스탈린 역시 히틀러가 언젠가 소련과 적대하며 전쟁을 벌일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다만 예상한 타이밍보다 빨랐을 뿐. 결국 권력의 속성 자체에서 기인한 문제다.

그래서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지 못하게 제한하는 법치가 생겼고, 통제하지 못하는 속성에 주목하여 애초에 집중되지 않도록 분산한 형태가 민주주의다. 그런데 여기서 자유주의가 빠지면? 구성원은 자신의 권력을 임시로 대리인에게 위임하는 형태가 아니라, 권력자가 구성원을 선동하고 착취하여 강력한 중앙 집권을 이루게 된다. 이게 독재다.

현대 북한이나 중국 공산당, 과거 스탈린 치하 소련이나 나치 독일을 보면 알 수 있는... 감히 다른 생각이나 자유를 시도하면 호랑이처럼 포악하고 잔인하게 죽이는 권력의 속성이다.

그래서 누군가 호랑이 등에 올라타려고 한다면, 그것이 성공하기 전에 뜯어 말려야 한다. 그 무서운 시도를 억제하는 시스템이 자유주의, 법치주의, 민주주의다. 내가 보기에 이 나라는 사회적 신뢰가 붕괴하면서 억제 시스템이 거의 붕괴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뒤가 없는 인간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에 올라타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역사에서 시작과 과정, 결과까지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는데도.

주식이야기 : 물려봤으면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가 뭔지 알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