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예전 여친의 친구를 우연히 만났다.   대학 졸업하고 처음이니까 6년이 다되었다.

예전 여친이 우리 대학 음대생이었으니까 그 친구는 내 대학후배이기도 하다.

학교 다닐 때 가깝게 지내서 만나니까 난감함보다는 반가움이 앞섰다.

커피 마시면서 이야기하다가 내가 예전 여친하고 왜 헤어졌나하는 말까지 나왔다.

둘이 함께 유학가기로 했다가 내가 유학포기하면서 깨졌거든.

어째든 그 날은 차만 마시고 헤어졌는데 그 친구가 나중에 전화를 했다.

예전 여친말고 다른 친구하고 함께 저녁이라도 먹자는 내용이었다.

어색하다는 기분이 들었는데 나를 걱정해준다는 기분이 들어서 약속을 잡았다.

셋이서 만나서 저녁 먹으면서 내 걱정할까봐 내가 잘지낸다는 말을 많이 했다.

어째든 분위기는 좋았는데 카페에 가서 대화하는데 뜻밖에 예전 여친 이야기를 하더라.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고 돌려서 말하는데 결론은 예전 여친 한번 만나라는거였다.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그래도 난 결혼을 약속한 여자가 있어서 그건 안된다고 거절했다.

분위기 싸해졌고 더 이상 그 말을 꺼내지는 않더라.   다른 화제이야기하다 헤어졌다.

집에 오면서 생각해보니까 결국 예전 여친 때문에 나를 만나자고 한거 같았다.

예전 여친하고 헤어질 때 여친은 미국에 있어서 메일로 서로 상황 설명하고 헤어졌거든.

700일 넘던 관계를 이메일로 정리한건 아쉽다 못해서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제와서 다시 만날 수는 없는 일이지.   흘러간 강물에 다시 발을 담글 수는 없으니까.

이런 상황에서도 내가 담담하면 좋겠는데 그렇지는 못해서 저녁이면 착찹하게 산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