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쓰이지 않게 된 단어 가운데 조선간장 왜간장이 있죠.할매들이 잘 쓰는 단어예요.

조선간장은 짜고 왜간장은 달아요.왜간장은 조림에 쓰고 조선간장은 국이나 나물을 할 때 쓰죠.

조선간장은 우리가 전통적으로 담아온 간장이고 왜간장은 개화와 함께 공장생산하던 간장으로 생각돼요.

국제화시대를 맞아서 편견으로 느껴질 말인 조선과 왜를 다 퇴출시키려고 이름을 바꿔 부르고 있어서 이 단어들은 잊혀지게 됐죠.그래도 이 간장에 대해서 관심을 없애버릴 순 없죠.거기엔 역사라는 게 스며 있으니까.

*************************************************************************

조선간장은 메주를 띄워서 소금물에 담그고,몇 개월 발효된 후 물을 따라내고 메주에 소금을 다시 넣어서 으깨어 독에 담아 발효를 시키죠.이게 된장.

소금물을 독에 담아 발효시킨 것이 간장이예요.

그러니까 콩을 삶아서 말리는 과정에서 발효가 일어나고 이 발효된 메주를 가지고 만드는 소스였죠.아마 가을철 햇볕이 많고 습도가 많은 동북아시아에서 발명된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너님들은 학교에서 한국인들이 장을 잘 만든다는 사실을 배우기도 했을 거예요.

[장을 만주말로 ‘미순’이라고 한다. 이 용어와 관련하여, 12세기에 간행된 ≪계림유사 鷄林類事≫에 ‘장왈 밀저(醬曰蜜沮)’라 하여 메주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송나라에서 고려풍속을 기록하면서 장을 밀저라고 한다고 적고 있어요.

밀저의 한자는 蜜沮인 거죠.

과거 한자의 발음은 현대와는 달랐을 수 있어요.그리고 그 발음은 오히려 일본 등에 남아있을 수 있죠.

밀저는 현대 우리 발음이예요.중국의 고대 발음은 밋이나 밉 등과 비슷한 끊어지는 소리(입성)였을 거예요.

그러나 중국의 발음이 변해서 현대 중국인들은 발음할 수 없는 거죠.입성이 사라졌으니까.일본에선 남아 있고.

일본인 역시 입성은 발음할 수 없어요.그래서 입성을 이렇게 써요. 밋츠 蜜.밋을 발음할 수 없으니까 그렇게 쓸 수밖에 없는 거죠.

沮는 현대 우리 발음은 저.일본의 발음은 소예요.

그러니까 밀저 蜜沮는 일본에서 밋소라고 발음을 해요.

이것 때문에 일본의 중세 지식인은 일본 된장 미소가 고려에서 왔고 고려말로 부르는 것이라는 주장을 하게 됐던 것으로 보여요.

현재 한자로는 味噌 みそ라고 쓰죠.

송나라는 지금의 뻥튀기가 된 가짜 중국이 아니라 진짜 중국 강역 안의 나라였고,그 중국이 저렇게 기록하고 일본에서 저렇게 이해하고 있었으니까 된장이란 건 동북아시아 발명품이고 그게 현재의 한중일로 퍼져나간 것으로 의심할 상당한 근거가 있다는 생각이예요.

이 콩을 저장하는 발효식품의 발명은 우유를 발효시키는 동물성 단백질 발효식품인 치즈와 더불어 동서양을 상징하는 물건이 됐고,현대에 와서 고추장으로 쌈장으로 불고기로 변화해서 세계로 퍼져가게 된 거예요.

메주의 기원을 따져보는 건 너님들의 숙제가 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