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쇼베 동굴"의 주제는 묵상이다. 지하 수십 미터 아래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쇼베 동굴은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침묵을 강요하며 거의 종교적인 경외심에 가까운 감정을 경험하게 한다.

크로마뇽인들은 쇼베 동굴을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닌 저 너머의 세계, 즉 사후 세계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자신들을 살아 있는 동안 육체의 세계와 영적인 세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는 존재로 여겼던 것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그들은 순간을 살면서도 영원을 경험하려 시도하는 '영적 인간(Homo Spritualis)' 이다.

일찍이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리네(Carl con Linne)는 인간을 '지혜로운 유인원' 이라는 의미의 'Homo Sapiens' 라고 불렀다.

하지만 인류의 지식은 날로 늘어나는 반면 지혜는 그렇지 못했다. 우리가 우주의 기원이나 생명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다.

오히려 인간의 천재성은 끝없는 호기심과 탐구심 그리고 자신이 발견한 세계가 우주의 일부일 뿐이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그 신비하고 영적인 세계를 추구하는 인간의 이름은 '호모 사피엔스' 보다 '호모 스피리투알리스' 가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쇼베 동굴의 벽화는 빛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는 지점에서 등장한다.

이 어두운 구석에서 종교와 예술이 탄생했을 것이다.

빛과 그림자, 밝음과 어둠은 동굴 속 벽화를 감상하게 만드는 도구다.

영화를 보는 이들은 이 거룩한 공간에서 저 너머의 세계를 경험하는 동시에 '황홀' 이라는 진실과 마주한다.

문득 나는 이런 동굴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크로마뇽인들이 드나들던 동굴처럼 침묵으로 가득 찬 이런 공간을 나는 가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