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돌죽 소설] 트로그 신도들의 모임

산드웦광전사(165.132) 2016.05.24 14:22:46
조회 2091 추천 15 댓글 10

북소리는 느릿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고원 위를 별스러운 기세로 치닫던 바람이 모닥불에서 불티를 퍼 올

려 사방에 흩뿌렸다. 하지만 모닥불 주위에 정좌한 전사들은 꿈쩍도

하지 않은 채 모닥불을 바라보았다.

상의를 벗은 전사들의 구릿빛 몸 위로 모닥불의 반사광이 춤을 추었

. 불티를 퍼 올리던 바람은 이제 그들의 머리카락을 흩날렸지만 전

사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들 중 일부가 바람을 피하는 척하며 저

편의 황야를 훔쳐본 것은 그야말로 잠깐 동안의 일이었을 뿐이다.

런 일은 있을 수 없다. 별을 읽고 분노를 전파하는 무녀를 어떻게 

훔쳐본다는 말인가.

그 때 바위 위에 앉아 별을 바라보던 무녀가 몸을 일으켰다.

검은 옷과 검은 베일로 몸을 감춘 무녀는 지팡이를 이리저리 던지며

걸어왔다. 풍성한 옷에도 불구하고 가냘파 보이는 무녀는 전사들이 만

들고 있던 구릿빛 원진 속으로 성큼 들어왔다.

그 때 바람이 검은 베일을 흔들었고 짧은 순간 무녀의 얼굴이 드러났

.

전사들은 재빨리 눈길을 피했지만 그래도 그들 중 몇몇은 무녀의 얼

굴에서 트로그와의 합신을 나타내는 흔적을 보게 되었다. 짓무른 이마

에 눈썹이라는 것은 뽑다만 털처럼 몇 가닥 매달려 있었고 코는 없어

져 두 개의 구멍만 뻐끔 뚫려있을 뿐이다. 일그러진 볼에서 흘러나오

는 것이 땀인지 고름인지 구별하는 것은 모닥불빛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윗입술은 썩은 고깃덩이처럼 말려들어가 잇몸이 다 보였고 그

안에서는 흐물거리는 잇몸이 짧게 반짝였다. 당연한 일이다. 인간의

몸으로 위대한 트로그의 분노를 받아들인 여성은 저렇게 될 수밖에 없다.

베일은 다시 가라앉았고, 전사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모닥불 옆에 도착한 무녀는 잠시 숨을 고르듯 가만히 서있었다. 조금

후 그녀의 오른손이 힘들게 올라갔다. 둘둘 말린 붕대 끝에서 비어져

나온 파들거리는 손가락이 전사들 가운데를 가리켰다.

지적받은 노전사가 몸을 일으켰다.

다른 전사들과 마찬가지로 상의를 벗고 있었지만 그 드러난 상체에서

는 탄탄한 전사의 근육만 찾아볼 수 있을 뿐 노쇠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만 희게 세고 있는 옆머리와 얼굴의 굵은 주름살에서,

리고 온몸에 아로새겨진 흉터들에서 그의 연륜을 느낄 수 있었다.

북소리는 계속되고 있었다. 힘찬 걸음걸이로 무녀를 향해 걸어간 노

전사는 무녀 앞에 정좌하여 앉았다. 그리고 두 무릎 위에 손을 얹은

채 허리를 똑바로 펴 모닥불을 바라보았다.

검은 무녀의 계속 떨리는 손끝이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어둠 속 어디에선가 아름다운 소녀가 걸어나왔다.

나이 열대여섯이나 되었을까. 더없이 아름다운 옷을 입고 몇 시간이

나 다듬었을 것이 분명한 머리를 하고 있었지만, 불쌍하게도 정신이

반쯤 나가버린 상태였다. 어제 아침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되는지 알

았을 때 소녀는 벌써 한번 기절했었고 지금까지도 침착을 되찾기는커

녕 더욱 무서워하고 있었다. 물론 내일이 오면 소녀의 또래 친구들은

소녀를 감히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게 되겠지만 그건 내일의 일이다.

소녀는 가장 억센 거인들조차 감히 가까이하기 어려워하는 트로그의

애인을 향해 똑바로 걸어가고 있는 자기 자신을 거의 믿을 수 없었다.

그녀가 믿고 신뢰하는 것은 자신의 다리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피 뿐이

었다. 하긴 그 때문에 선택된 것이다. 피는 액막이가 되어 난폭한 트

로그로부터 소녀를 보호할 것이다.

소녀는 손에 받쳐든 쟁반을 똑바로 앞으로 내민 채 무녀의 앞에 섰

.

무녀의 손이 천천히 뻗어 나왔을 때, 공포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소녀

다운 호기심으로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소녀는 친구들의 말대로 무

녀의 네번째와 다섯번째 손가락이 없음을 발견했다. 그리고 소녀는 재

빨리 무녀의 손짓대로 쟁반을 노전사의 무릎 앞에 내려놓고는 그 옆에

무릎 꿇었다.

허리를 꼿꼿이 편 자세로 정좌하여 있던 노전사는 눈을 감았다. 소녀

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노전사의 희게 센 옆머리를 한 웅큼 쥐어들

었다. 그리고 소녀는 '이 정도면 될까요?'라고 묻듯이 무녀를 올려다

보았다. 하지만 검은 베일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소녀는 울고 싶은

마음과 기절해버리고 싶은 마음을 절반씩 느끼며 가까스로 쟁반 위에

서 빨간 끈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소녀는 노전사가 아파하지 않기를

충심으로 기원하며 머리카락 끝을 빨간 끈으로 묶었다.

노전사는 눈을 떴다. 그리고 쟁반 위에 놓인 두번째 물건인 가위를

집어들었다.

노전사는 묶인 머리카락을 서슴없이 잘라내었다.

머리카락은 묶인 그대로 툭 떨어졌다. 노전사는 가위를 도로 쟁반 위

에 던졌고 소녀는 땅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들어올려 쟁반

위에 놓았다. 그리고 그것을 들어올려 무녀의 발 앞에 살짝 내려놓았

.

느린 북소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일어난 소녀는 조심스럽게

전사들 틈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어둠 속으로 돌아온 소녀는 곧장 졸

도해버렸다. 물론 이런 경우 긴장이 풀린 소녀가 혼절해버리는 일은

흔한 일이므로 어둠 속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녀의 어머니와 이모,

모들은 조용히 미소지으며 소녀를 수습해갔다. 내일이 되면 그녀들은

실수 없이 일을 마친 소녀를 크게 칭찬할 것이다.

모닥불 가에서는 무녀가 복잡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성한 손으로도 간단한 일은 아니기에 무녀의 작업은 느렸다. 무녀는

쟁반 위에 놓인 세번째 물건인 풀인형을 들어올렸다. 조금 전의 소녀

가 어제 하루를 꼬박 사용하며 정성들여 만든 것이다. 무녀는 풀인형

의 배 부분을 분해하여 그 속에 전사의 잘린 머리카락을 집어넣은 다

음 그 위에 불그르슴한 침을 뱉었다. 무녀는 풀인형을 다시 조립하여

몇 번 다듬었고 잠시 후 풀인형은 깜쪽같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

. 풀인형을 쟁반 위에 놓은 무녀는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북소리가 딱 멈췄다.

무녀는 지팡이를 빙글빙글 돌리며 분노의 기도문을 외웠다. 음산한 목소리였

. 전사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모닥불가에 앉아있던 노전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른 전사들과 달리 모닥불가에 앉아있는 노전사의 얼

굴에서는 약간 귀찮아하는 표정도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노전사는

무녀의 주문이 끝날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주문이 끝나자 노전사는 풀인형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노전사는 전사

들의 원진 한쪽을 향해 걸어갔다. 그곳에는 다른 전사들과는 달리 화

려한 옷을 걸친 늙은 전사가 찌푸린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 노전사

는 풀인형을 그에게 내밀었다.

"대족장. 내 맹약의 인형을 받아주소서."

전통에 따라 화려한 털가죽옷을 입고 있는 대족장은 내키지 않는 눈

길로 인형을 바라보았다. 대족장은 전사의 어깨 너머 무녀를 바라보았

지만 검은 무녀는 이제 아무 관심없다는 몸짓으로 모닥불을 좀 지핀

다음 원진 바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대족장은 다시 노전사를 바라보

았다.

대족장은 인형을 받아들었다.

맹약은 성립되었다.

이제 노전사가 배신할 경우 대족장은 보관하고 있던 인형을 무녀에게

넘길 것이다. 그리고 정신이 제대로 박힌 전사라면 차라리 목숨을 내

줄지언정 맹약의 인형이 무녀의 손에 들어가게끔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맹약의 인형이 무녀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면, 그 노전사의 평생은 트로

그의 가장 강력한 거인들과 함께 할 것일테니까.

대족장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대족장이 일어났다.

각 부족을 대표하는 전사들은 그렇잖아도 당당한 자세를 더욱 당당해

보이게끔 했다. 잔뜩 수축된 그들의 근육들에서 핑핑 소리가 날 것 같

았다. 나란히 걸어간 대족장과 노전사는 이윽고 모닥불을 사이에 두고

섰다. 대족장은 모닥불 너머 노전사의 눈을 매섭게 바라보았지만 노전

사 역시 날카롭게 그 눈길을 받아내었다.

대족장은 천천히 허리를 굽혔다.

대족장은 모닥불 아래쪽으로 손을 뻗어 재와 흙먼지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모닥불 너머로 그것을 집어던졌다. 반대쪽에 서있던 노전사는

온몸에 재를 뒤집어쓰게 되었다.

"잘 싸워라, 루퍼트. 오브를 가져오도록."

루퍼트라 불린 노전사는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갑자기 북소리

가 터져나오며 원진에서는 무시무시한 함성이 솟구쳐올랐다.






는 아는 사람들은 모두 안다는 폴라리스 랩소디 장면 수정한 거임



그냥 오랜만에 폴랩보는데 이 장면이 왠지 트로그 신도들 이미지랑 맞는 것 같아서

추천 비추천

15

고정닉 1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축의금 적게 내면 눈치 줄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11/11 - -
30488 돌죽이템 도움되는 타이밍에 먹어보는거 처음임 ㅋ [3] ㅇㅅㅇ(175.223) 16.06.05 136 0
30487 엥? 섬멸의 마법서 그거 막 굴러다니는거 아니냐?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6.05 63 0
30486 [돌죽] 단검 야채맨 하다가 지하드검 나왔는데 [10] gdgd(218.146) 16.06.05 246 0
30485 이분들은 진짜 쿨타임만 차면 놀러오시네 [1] TTsY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6.05 113 0
30484 법챙은 너무재미가없다 [5] dd(211.33) 16.06.05 131 0
30483 어떡함 이거 [1] 토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6.05 88 0
30482 오리픽던 하는데 select a seed to throw 이게뭐? [6] ㅇㅇ(115.42) 16.06.05 134 0
30480 ADOM 던전 도는 순서(스토리 진행을 위한 루트만 씀) [10] 스틸콜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6.05 309 10
30479 카타클) 이놈들 쌔보이는데 처리방법좀.. [3] Anonymous1(14.42) 16.06.05 130 0
30478 아 제발..섬멸좀... [4] 받피증맨(14.35) 16.06.05 121 0
30477 헐 모자가 7인챈짜리도 나오네 [2] 호옹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6.05 126 0
30476 솔직히 트로브는 겜 판당 무조건 하나씪 나와야 하지않냐.... Seli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6.05 75 0
30475 섬멸의마법서는 획득-책으로는 절ㄷ ㅐ안나오는겨???? [1] 섬멸(14.35) 16.06.05 108 0
30474 절대 실망안하는 트로브만 들어가면됨 ㅋㅋㅋ 쭉쭉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6.05 89 0
30473 트로브 항상 들어가려 할때마다 [1] 딮드충(211.36) 16.06.05 106 0
30472 Adom 던전 정리된 글 없나? 어디 가야할지 모르겠음 가이우스(71.84) 16.06.05 68 0
30471 딮엘 화법 6층에서 이거 발견했는데 쓸까 [4] ㅇㅇ(119.206) 16.06.05 126 0
30470 웹죽)미치다 발럭이 언데드 종결무기 들고 있었음 sodnae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6.05 93 0
30469 (Adom) 향후 진행방향 질문좀 합시다 [5] 가이우스(71.84) 16.06.05 114 0
30468 어제 내가 겪은 망한 템빨 자독(175.206) 16.06.05 74 0
30467 웹죽에서 [11] 토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6.05 499 12
30465 캬 돌죽 갓흥겜이네 옥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6.05 110 0
30464 돌죽의 악의적인 템운은 정말.. [2] spelunk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6.05 141 0
30463 (Adom) 사적놈 원래 이렇게 좋냐? [1] 가이우스(71.84) 16.06.05 84 0
30462 (Adom)실수로 아레나 마스터 공격해서 죽였는데 퀘 못받냐.. [1] 가이우스(71.84) 16.06.05 72 0
30461 이제 돌죽에서 죽는방법 2개밖에안남은건가? [1] ㅇㅇ(118.42) 16.06.05 104 0
30460 근데 네퀘젝 변이는 스마이트임? [3] 딮드충(211.36) 16.06.05 137 0
30459 진짜 몸이 썩어들어가는 기분이다 [6] 스모킹드레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6.05 108 2
30458 드라코니안 풀어놓는 놈들 다 뒤졌으면 [1] ㅇㅇ(119.202) 16.06.05 109 0
30457 아 너무 비싸다;; [7] ㅇㅇ(121.1) 16.06.05 177 0
30456 시발 벨런스는 개발진이 맞춰야지 내가 그것까지 생각해야하냐 [2] 딮드충(211.36) 16.06.05 121 0
30455 건잘알들 있냐? 건전 질문 여기서 해도 됨? [3] 몰캉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6.05 80 0
30454 네임드 이름이 마라 라니 완전 참피 아니냐.. sodnae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6.05 93 0
30453 이번판 오광에서 본것들 dd(121.64) 16.06.05 39 0
30452 지바 템먹이는거 어떻게 활용해야함 [1] dnldtmvldj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6.05 69 0
30451 발동술이라 해도 대상하는 도구가 다 마법인데 [5] 딮드충(211.36) 16.06.05 135 0
30450 트로그가 왕따인 증거 [12] ㄹㄹㄹㄹ(122.45) 16.06.05 704 11
30449 미노전사로 느림신 믿어도됨? [2] 1234(124.197) 16.06.05 85 0
30448 아 ㅁㅊ 용떼거리한테 갱뱅 당하고 바로 다음장뜨네 1234(124.197) 16.06.05 59 0
30447 증기용갑이 좋냐? 얼룩무늬용갑이 좋냐? [3] 1234(124.197) 16.06.05 276 0
30446 데몬스폰으로 판데모니엄 천사테마 뜷어보려다 뒤지게 생김 [4] ㅇㅇ(119.206) 16.06.05 153 0
30445 지금 웹죽 안됨? ㅇㅇㅁㅇ(175.112) 16.06.05 65 0
30444 변이저항 옵션 사라지고 나서부터 변이치료물약 잘나오는거 아니였음? [4] 스모킹드레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6.05 88 0
30443 이 무기 쓸만하냐? 글고 향후 행적 좀 정해주셈 [10] 1234(124.197) 16.06.05 106 0
30441 악마들 도트 3D 스럽게 다시 찍던데 얘네들은 옛날껄로 바꿔주지 [11] 데비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6.05 158 0
30440 내가 한 림월드는 무슨 모드냐면 글쓴이(218.54) 16.06.05 64 0
30439 씁... 죽음의 기사 부활시켜주면 안되나 [4] 데비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6.05 151 0
30438 한번 클리어를 하고 나니까 이제 할맘이 안든다... 데비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6.05 62 0
30437 야 트롤 느림신 석상맨 하려는데 히드라 어쩌냐 도저히 못잡겟는데? [9] 1234(124.197) 16.06.05 171 0
30436 a silver saber named Grayswandir+ [3] 곰파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6.05 97 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