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무언가가 망가지는 걸 보는건 정말 괴로운 일이다

사람들마다 그 대상은 다를거다


좋아했던 연애인 좋아했던 식당 좋아했던 이성

그리고 삼붕이들에게는 삼성 라이온즈겠지

2000년도 중반부터 2015년까지

우리는 부모님의 손에 이끌리거나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가거나

친구들과 웃고 떠들면서

야구장에 삼삼오오 모여서

삼성 라이온즈가 명실상부한 강팀으로 군림하던 그때를 살아왔다

지금은 망가져버린 우리 팀을

내가 죽은아기 부랄을 붙잡고 울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한 채

우리는 아직 그때의 추억을 붙잡고 야구를 본다

그리고 21세기 삼성이 우승을 했던 순간들

아닌걸 알면서도 어쩌면 하는 마음으로 봤던

21시즌과 이번시즌 전반기까지

삼성라이온즈가 우리 가슴을 뛰게했던 모든 순간의 9회에는

오승환이라는 투수가 마운드를 지켰다

그리고 삼성이 좆박았을때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오승환이 없거나 오승환이 부진했을 때였다

심지어 삼성을 지금의 씹장애같은 팀으로 있게한

도박사건의 순간까지도 오승환은 그 중심에 있었다

오승환은 삼성에게 있어 단순한 선수 한명의 의미가 아니다

삼성과 관련된 모든 오승환의 흥망과

삼성의 흥망은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지만

어쩌면 팀만큼 위대한 선수라는 생각은 들정도로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씨발그냥 인간삼성 그 자체인거다

도박사건에 연루돼 팀을 말아먹고

노쇠해서 몇번의 블론세이브를 저지르던

나는 오승환을 욕할 수 없을 것 같다

삼성팬들의 가슴을 뛰게 한 모든 순간

우리가 아직 야구를 보게하는 그 순간의 끝에는

오승환이 있었으니깐

오승환을 욕하는건 삼성이라는

팀 자체를 부정하는 느낌이 드는것 같아서

만약 나라는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모든 지원을 해줬던 좋은 아버지가 룸빵사장이더라도

지금 사업을 말아먹고 빚쟁이가 됐더라도

좆같은 포주새끼라고 남들 앞에서 욕할수 없듯이

나는 오승환이라는 선수를 욕할수 없다

그냥 너무너무 좆같고 씁쓸해서 몇글자 써본다

삼붕이들 잘자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일은 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