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일렬로 서봐라. 야 자욱이 강민호! 거 뒤에 장난 좀 치지 말고"

삼성의 라카룸에 간만에 활기가 넘쳤다.

오늘따라 한껏 멋을 부린 박진만 감독도 싱글벙글 하며


기분 좋은 내색을 숨기지 못했다.  

"자 주장 나와서 한마디 해라.., 주장...? 야 구자욱! 야 집중 좀 해라 허허 진짜 확 마"

뒷줄에서 강민호랑 장난을 치던 구자욱을 박감독이 앞으로 끌어냈다.

자욱은 머쓱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와,

'그래, 잘 지내봅시다' 하며 수줍게 말을 꺼냈다.  

오늘은 2025 신인드래프트에서 뽑힌 신인선수들과 기존선수들의 인삿날이었다.




일련의 간단한 행사가 끝나고,

올해따라 기분이 유난히 좋아 보이는 박감독의 얼굴도 점점 붉어졌다. 이윽고,

"자 선수 여러분, 오늘은 훈련 생략하겠습니다.


대신에 우리 신인 선수들, 야수는 야수끼리, 투수는 투수끼리 모여가지고


각자 궁금한것도 묻고, 선배들이 이제 적응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미팅 시간을 갖겠습니다."


'와' 하고 선수들이 환호하자, 그 모습을 보는 박감독도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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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짝

"자 투수조 모여"

투수조 최고참 오승환이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선수들을 모았다.


그의 박수소리를 따라 선수들이 모이자,


승환은 '야 난 할 만큼 했다' 하더니


담배 한개비를 꼬나물고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승환이 사라지자, 자연스레 최채흥이 앞으로 나왔다.

'명실상부한 라이온즈의 실세'

채흥의 존재감에 압도된 신인투수들이 꿀꺽 침을 삼켰다.

대열앞으로 나온 최채흥은 한참을 아무말도 없이 신인투수들을 노려봤다.

채흥은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신인선수들을 앞을 왔다갔다 거리더니

이윽고 찬승의 앞에서 멈춰섰다.

"....배찬승?"

"네! 그렇습니다!"

찬승은 군기가 바짝든 훈련병의 모습처럼 큰 소리로 대답했다.

채흥은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채흥이 웃자, 그 모습을 본 찬성도 헤헤하며 비실비실 따라웃었다.

채흥의 표정이 다시금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웃네...."


채흥은 시선을 신인선수들 뒤편으로 정렬해 있던 기존선수들에게로 옮겼다.



"야 황동재! 대구고에선 선배가 말하면 막 웃고 그러라고 가르치냐?"



채흥이 황동재를 지목하자, 동재는 잠시 당황하더니

"저 경북곤데요..."

하고 소심하게 말대꾸를 했다.

그리고는 자기가 생각해도 이 상황이 웃겼던지,


잠시 키득거리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곤

"죄송합니다"

하고 정색했다.

옆에 있던 태인이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도리도리 가로저었다.

채흥은 그런 동재를 한참 노려보다, 한숨을 한번 푹 쉬고는

누군가를 보며 고개를 까딱까딱했다.

그러자 승현과 선엽이 나와,

동재의 양팔을 하나씩 부여잡고 어디론가 끌고 가기 시작했다.



라커룸엔 차가운 공기만이 맴돌았다.

멀어져가는 동재의 절규소리만이 처량하게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