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 있는 한화 배영수(36)가 이승엽(41)의 첫 '은퇴투어'에 참석한다. 자신을 살뜰히 챙겨준 선배에 대한 예의다.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이승엽의 은퇴투어가 처음 열린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이승엽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구단이 준비한 특별한 이벤트다. 한국 프로야구 36년 역사상 처음으로 실시되는 '은퇴 투어'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한화는 구단 차원에서 선물을 준비했는가 하면, 선수들도 따로 선물을 마련했다. 그외 몇몇 이벤트가 진행된다.

지난 2일 미세한 팔꿈치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져있는 배영수도 이날 불펜 투구를 소화한 뒤 야구장을 찾을 계획이다. 경북고 5년 후배인 배영수는 "승엽이 형의 마지막인데 은퇴투어에 당연히 참석해야죠"라고 말했다.

이승엽과 배영수는 삼성의 '레전드'를 예약해놨다. 이승엽은 삼성을 넘어 한국 프로야구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선수다. KBO 리그의 거의 모든 통산 타격 기록, 특히 홈런 기록 맨 앞자리에는 이승엽의 이름이 올라 있다. 배영수는 역대 삼성 최다승 출신 투수다.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에서만 124승 98패 3세이브 6홀드를 올렸다. 한국시리즈에선 자신의 팔꿈치와 팀의 우승을 맞바꾸기도 했다. 각각 '라이언킹' '푸른 피의 에이스'로 불렸다.

배영수는 "승엽이 형이랑 함께 한 야구 인생이 많다. 형이 잘 챙겨줬다"고 말했다. 먼저 떠나는 형의 모습이 아쉽고, 안타깝지만 "형이 은퇴 약속을 지키는 것만 봐도 참 멋있다. 어릴 때부터 봐왔는데 정말 대단하다"며 "내가 지금까지 야구 선수를 하는 것도 형에게 보고 배운 게 많아서인지 모른다"고 고마워했다.

이승엽이 2015년 7월 24일 대전 한화전에서 FA 이적한 배영수와 프로 무대 첫 맞대결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 제공

배영수는 프로 입단 초기에나 부상으로 인한 재활 기간에 이승엽의 도움을 받곤 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에는 형이 스파이크나 장비 등을 챙겨줬다"고 말했다. 이어 2007년 토미존 서저리를 받고 재활하던 중 일본을 방문했을 때 경험을 소개했다. 배영수는 "그때 승엽이 형이 일본 요미우리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객지를 방문한 나를 잘 챙겨줬다. 하라 다쓰노리 감독을 소개시켜줬고, 요미우리 더그아웃도 구경시켜줬다"며 "내게는 고맙고, 의미있는 만남이었다. 국내에서 보다 훨씬 더 멋있어 보였다"고 회상했다.

부상으로 잠시 빠져있는 배영수가 11일 대전구장을 잠시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이승엽에게는 감동적인 선물이 될지도 모른다. 동생은 형에게 받은 고마움을 조금이나마 갚고자 형의 마지막을 곁에서 바라보려한다.